더딘 봄, 감기
봄은 생각보다 늘 더딘 법
생각지도 못한 감기에 걸렸다
몸이 으스스하더니 기침이 나고
이내 콧물도 나고 잠을 못 이룬다
코로나인가 싶다가도 아니라 하고
해서 약국에 가 약을 사 먹었다
느닷없는 잠, 꿈에서 만난 이는
필경 이 일을 두고 나를 욕하겠지
왜 시도 제대로 못 쓰냐고
글은 안 쓰고 맨날 놀기만 하냐고
대체 일자리는 언제 구할 거냐고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못 한 나는
그저 기침만을 해댄다
기침이 낯부끄러운 일임을
시인이 할만한 일이 아님을
더구나 이 봄날에 무슨 기침이냐며
스스로를 책망할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기침만 해댄다
창피할 노릇이다 그저
봄이나 어서 다가왔으면 좋겠다는 일
그렇게 무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일
그렇게 무책임한 말을 앞에 두고
차마 입밖에 꺼내지를 못 하는 나는
그저 기침만을 또 해댄다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