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
때 아닌 낮잠을 잤더니 그새 저녁
이른 봄밤을 맞는 걸음걸이가 서툴고
어쩌면 꿈속에 나눈 대화 몇 마디로도
우린 인연의 끝을 직감할 수 있었을까
하여 드문드문 대화를 몇 마디 더하고
반토막도 아닌 달 그림자만 밟는 새벽
어쩌면 이게 일장춘몽인지도 몰라
다시 이른 봄밤, 발끝은 연신 시렵고
한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벚꽃일만큼
한 사람을 계속 만나는 일도 어쩌면
이제 몽우리밖에 안 핀 초저녁인데
이르디 이른 새벽부터 연락하면 그만
그걸 않았다는 건 이미 저녁인 셈이지
저물어감을 알게 되면 서서히 잦아들
때 아닌 이른 봄밤, 일장춘몽인 것처럼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