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by 단정


미술관에서




처음 만났던 그때를 회고하면서

마르크 샤갈의 그림들 앞에 섰습니다

빨강과 파랑 그리고 흰색, 검정과 초록

원색의 화사함과 달콤함 앞에서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그때처럼

아무 말없이 핸드폰 화면만을 응시하고

손을 잡고 하늘로 날아가는 두 남녀는

아마도 그리 행복하였겠지만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나 봅니다

안내를 맡은 직원은 조용히 쳐다보고

몇 마디 말을 걸고 문답이 오가는 사이

먼발치서 우두커니 커다란 그림만 놓고

마치 정지된 시간처럼 정지를 한 채

아무 말없는 시간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른 평일 오전의 한산함은 때때로

말없는 시간들을 축복하기만 하고

거대한 상상이 불러일으키는 메시지는

미처 입 안에 담지도 못할 두근거림인데

어쩌면 서로 그 말들만을 피한 채

그림에 온통 마음을 담고 빛을 쏘는 듯

두어 시간 남짓한 실내에선 음악이 흐르고

연주한 악기를 몰라 내내 서성거리다가도

그저 그림들이 좋아서인지 머뭇거리고

슬쩍 눈길을 피한 채 오롯이 집중합니다

광채가 있는 그림 아스라한 추억의 그림

판화에 아로새긴 아픔도 다 잊었겠는지

비로소 서로의 등 뒤를 지그시 바라보며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은 곱게 묻었습니다

말없이 조용히 보낸 시간들이었습니다

사랑을 마주한 두 사람만의 예의였습니다




# 단정,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