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될 턱이 없다는 얘기는

by 단정

잘 될 턱이 없다는 얘기는

받아들여야지

욕심과 이상이 날갯짓을 하며 제 아무리 꿈을 꾸어도

발끝이 전혀 땅에 닿지 않으면 어차피 말짱 꽝인 걸

그걸 모를 리야 없고 그렇다면 더 애를 써야 할 텐데

가만히 앉아 있으면 뭐가 나올 리도 만무하고 그렇지

받아들여야지

제 아무리 콩고물에 눈이 어두워도 분간은 가능하잖아

콩떡 한 시루를 냉큼 집어 들고 백날 뛰어본들

콩잎이 연둣빛에서 진초록으로 승화하길 기다리며

제 아무리 물을 줘봐도 시들 때는 매한가지인 법

받아들여야지

진흙 속에 푹 담긴 발끝에 설령 우렁이 몇을 느껴도

발을 빼내지 못하면 잡아낼 도리가 없으므로 해서

차라리 좌판에 널린 우렁이를 한 사발 사면 그만인 걸

애꿎은 발끝만 탓하며 지낼 도리도 없는 거잖아

발을 빼내든가 씻든가 아니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몇 번이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동안에도

바지에는 물이 차고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져

이러다간 오늘 밤에 집에도 못 갈 수가 있는 거잖아

그걸 받아들여야지

# 단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