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될 턱이 없다는 얘기는
받아들여야지
욕심과 이상이 날갯짓을 하며 제 아무리 꿈을 꾸어도
발끝이 전혀 땅에 닿지 않으면 어차피 말짱 꽝인 걸
그걸 모를 리야 없고 그렇다면 더 애를 써야 할 텐데
가만히 앉아 있으면 뭐가 나올 리도 만무하고 그렇지
받아들여야지
제 아무리 콩고물에 눈이 어두워도 분간은 가능하잖아
콩떡 한 시루를 냉큼 집어 들고 백날 뛰어본들
콩잎이 연둣빛에서 진초록으로 승화하길 기다리며
제 아무리 물을 줘봐도 시들 때는 매한가지인 법
받아들여야지
진흙 속에 푹 담긴 발끝에 설령 우렁이 몇을 느껴도
발을 빼내지 못하면 잡아낼 도리가 없으므로 해서
차라리 좌판에 널린 우렁이를 한 사발 사면 그만인 걸
애꿎은 발끝만 탓하며 지낼 도리도 없는 거잖아
발을 빼내든가 씻든가 아니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몇 번이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동안에도
바지에는 물이 차고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져
이러다간 오늘 밤에 집에도 못 갈 수가 있는 거잖아
그걸 받아들여야지
# 단정,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