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자의 대처법 2
AA 모임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자면 입이 아프게 칭찬하고 싶을 정도로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모임이다. 우선 유일하게 술을 마시지 말자고 하는 모임이다. 다른 모임에서는 시간과 장소를 정할 때 우선 술을 마실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한지가 중요했던 것 같은데 AA는 정반대의 경우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섞여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는 기회의 시간에 모임을 하게 되고 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모임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백하고 타인을 가르치려 하는 게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점도 AA의 장점이다.
이런 장점들이 있지만 아쉽게도 AA 모임의 모든 인원이 중독현상을 잘 극복하는 것은 아니다. 모임에서 자주 만나서 친해진 어떤 이가 어느 날 다시 중독에 빠지면서 더 이상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몇 달 동안 중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데 성공하는가 한편, 의지가 꺾여 중도 탈락한 사람도 있게 된다. 모임 밖에서 보면 술을 다시 찾게 되는 사람은 틀렸고 술을 참아내며 올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이 옳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 모든 것들이 삶의 큰 여정에서 하나의 과정 속에 있을 뿐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오늘 하루를 이겨냈을 것이고 누군가는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내일은 반대로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최근에는 현재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고 되도록이면 미래에 너무 큰 비중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먼 미래에 술을 이겨내고 건강과 행복을 되찾은 나에 임하게 되면 쉽게 지치게 된다. 어쩌다 오늘 하루 이겨내어 술을 참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 끝까지 이겨낸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당신이 삶을 이겨나가는 방법이 틀렸다고 지적한다고 하더라도 나 자신의 의지를 잘 이겨 나갔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누군가 옮고 그름을 따질 때 문제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왜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것인가.
내가 하는 말에 많은 알코올 중독과 관련된 의사분들과 치료 담당자분들이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면 결과 편향적 사고에서 자유로워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알코올 중독자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열 번의 시도에서 오늘 한 번이라도 성공했다면 나는 한 단계 발전하고 잘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이 두 번이 되는 건 다른 문제다. 그 과정에서 나 혼자 할 수 없다면 나를 인정하고 도움을 청해 해결을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할수록 과거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자신이 과거에 했던 아홉 번의 실패한 시도를 생각하며 자신의 방향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걱정을 할 필요 없다.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를 곱씹으며 자신을 지나치게 책망하지 말자. 과거에서 교훈을 얻되 과거를 놓고 걱정하지 말고 내가 했던 경험은 내 목표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상담사분과 한 시간 이상의 상담을 한다. 상담의 과정에서 상담사님이 자주 확인하시며 물어보는 것은 바로 "그러한 좋은 결과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이다. 처음에는 그런 질문들에 당황했고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아서 더 나은 치료 방법을 만들기 위해서일까?라는 생각까지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질문의 의미를 안다. 오늘 내가 이겨낸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축복을 주기 위해서라는 것을. 한 번의 성공을 두 번으로 이끌어 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