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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단테 Apr 11. 2023

알코올 중독자가 무섭나요?

알코올 중독자의 대처법 3


나도 내가 알코올 중독자라는 것을 인정하기 전까지 머릿속에 그려진 알코올 중독자의 모습은 TV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 가난한 주택에 소주병이 굴러다니고 특별하게 직장이 없는 모습

- 술로 인해서 폭력성이 나오고 가족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

- 붉은 얼굴의 남자

- 죽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가져가고 싶은 사람

- 노숙자

- 구 씨("나의 해방일지 드라마 중 배우")


그런데 치료를 받으면서 만나온 수많은 알코올 중독자들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계신 분들도 많았다.


- 가족들 몰래 술을 마시는 사람

- 누가 봐도 고민이 없을 거 같은 완벽한 모습의 사람

- 삶의 무게가 너무 버거운 여성분들

- 업무로 매일 같이 술을 드시는 분들


위의 예시는 내가 알지 못했던 알코올 중독의 모습들이다. 저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은 내가 중독증상이 있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 알코올 중독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어디까지가 알코올 중독일까.


알코올 중독은 사실 개인 차가 심하다고 생각한다. 검색만 해보면 알코올 중독의 여러 가지 모습, 그리고 자가테스트등이 많지만 그것들이 모두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술을 마셔도 자기 일을 잘하고 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몸에도 문제가 전혀 없는 사람이 알코올 중독일까? 한잔만 마셔도 3일 동안 내내 몸이 힘들고 생활이 힘든 사람이 3일마다 마시면 알코올 중독일까? 


알코올 중독에 대한 정확한 질환명은 '알코올 사용장애'를 말한다고 한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술의 양이 과하고 조절이 안 돼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정 기간 이상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알코올중독에 대한 중요한 두 가지 초점을 볼 수가 있다. "조절능력", "일상생활"이다.


나는 내가 알코올 중독이라고 스스로 판단했던 부분이 바로 "조절능력" 그리고 "일상생활 장애"였다. 나는 매일밤 7~10Km를 뛴다. 가끔 주말에는 하프마라톤 코스를 두 시간 정도로 뛰기도 한다. 그렇게 땀을 흘리고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한 후에 마시는 500ml 맥주 한 캔을 생각해 보자. 인생에 그것보다 아름다운 맛(?)은 많지 않다. 나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음식보다 그 맥주 한잔이 더 그리울 때가 있다. 지금은 마시지 않지만 러닝이 끝나면 나는 꼭 맥주를 한잔 마셨다. 내가 러닝을 시작한 지 약 5년 정도 되었으니 4년 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마셨다. 이 부분만 놓고 본다면 문제가 전혀 없어 보인다. 운동 후 맥주 한잔 정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처음 한 캔으로 시작했던 나의 맥주는 어느 날 두 캔, 세 캔이 되어 있었고 어느 날은 혼자서 소주를 섞어 마시기 시작했다. 건강을 위해서 하고 싶었던 운동은 맥주를 마시기 위해 하는 운동이 되었다. 심지어 운동은 어느 날부터 보상심리를 위한 나의 행위가 되어있었다. '나 정도 운동 하는 사람이라면 맥주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매일 하게 되었다. 혹시나 스스로에게 합당한 이유가 부족할 때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나 집에서 매일 운동 후에 -운동을 꼭 넣었다- 맥주를 한잔씩 마시는데 나 알코올 중독일까?" 이 질문은 대부분 술자리에서 일어났고 같이 마시는 사람들은 당연하게 "아니. 그 정도는 괜찮지!"라는 말을 기대하며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피부톤은 점점 어두운 톤으로 변해갔고 가끔 마시고 하는 구역질로 인해 눈두덩이 주변에 붉은 점들이 생겼다. 갈수록 아침에 일어나기는 힘들어지고 어떤 날은 혼자서 마시는데도 블랙아웃이 생기기도 했다. "조절능력"과 "일상생활 장애"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두 가지가 발생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막상 두 가지가 발생했을 때는 되돌릴 수 없었다. 알고 있지만 나의 희로애락을 유일하게 두말없이 내 곁에서 함께 공감해 주는 친구는 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얼굴톤이 어두워지고 검버섯과 여드름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노화일 것이라 생각했고 소화불량과 수면 부족은 업무로 인해서 당연한 스트레스로 생각했다. 그것들이 술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가 알코올 중독으로 까지 가는 과정, 내가 알코올 중독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치료를 받고 있는 이 과정. 돌이켜보면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을 얼마나 나는 소비하고 있었나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리고 술을 마시며 소비했던 비용들. 처음에는 더부룩한 속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소화제,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먹었던 약들. 그 모든 시간과 비용들. 어쩌면 술이라는 환각을 위해 소모했던 모든 것들에 현실을 살았다면 나는 더 잘 살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만약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조절능력" 그리고 "일상생활 장애"가 술로 인해서 발생하고 있다면 꼭 한 번은 상담을 받아보시길 바란다. 알코올 중독의 무서운 점은 몸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이 너무나 천천히 그리고 치밀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이 알코올 중독이라고 인정하는 게 인생에서 실패한 패배자로 보이거나 TV속에 나오는 알코올 중독된 얼굴 붉은 남자의 모습이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성공의 요소들을 배우고 성공을 위해 책을 읽는 것처럼 삶이 헤쳐나가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치료를 권하는 것이다. 너무 늦게 발견해서 너무 늦게 깨달아서 당신의 아픔을 당신 스스로 안아주지 못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을 좋아한다. 작가의 서문에 '선택 사항으로서의 고통'이라는 타이틀이 있는데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고통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서술해 놓았다. 당신이 선택하고 있는 고통들이 당신의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주는 고통이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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