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족은 노꼬메의 작은 파티
한 번 만난 인연을 또 만나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전에 <도두봉에서 만난 이>와는 용기를 내지 못해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지 못했었는데, <화순 곶자왈에서 만난 세 친구>에게는 과감하게 내가 먼저 연락처를 여쭤보았다.
"저는 주로 혼자 숲을 다니는 데, 제가 가도 괜찮은 곳이면 저도 좀 불러주세요."
연락처를 교환하면서 나는 세 분께 부탁을 드렸다. 나 혼자 숲을 다니는 게 좀 무섭기도 했고, 세 분이라면 나를 따뜻하게 맞아 주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자기야. 가끔 우리랑 같이 다녀. 우리 내일도 아마 교래 자연휴양림에 갈 것 같아. 자기도 갈래?"
<천연염색 선생님>이 내게 말씀하셨다.
"네, 좋아요. 저는 내일은 오후에 참석할 수 있어요."
"오전에는 무슨 일을 해요?"
<사진작가님>이 내게 물었다.
"일을 하는 건 아닌데, 요즘에는 한라도서관에서 하는 '당신만의 책 만들기' 수업을 듣고 있어서요. 끝나고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수업도 있어요? 뭘 가르쳐 주는 건데요?"
<구경하시는 분>이 궁금한지 내게 물으셨다.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으면 그걸 실제로 책으로 만드는 걸 배워요. 책은 내용은 각자 쓰는 거라 책 쓰는 법을 배우는 건 아니고요. 저는 이번 수업이 끝날 때 가제본이라도 한 권 찍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뭐든 해보는 게 중요하지요. 한 번 해봐요. 우리가 응원할게요."
<사진작가님>이 내게 말씀하셨다.
다음 날이 되어 나는 한라도서관 수업이 끝난 후 <천연염색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자기야, 우리 오늘 피곤하기도 하고 각자 일정이 생겨서 교래 자연휴양림은 못 가게 되었어. 나는 조금 있다가 족은 노꼬메 오름에 가려고 하는 데, 자기 족은 노꼬메 가봤어?"
"저는 큰 노꼬메만 가봤는데 족은 노꼬메는 못 가봤어요."
"그래? 그럼, 나랑 같이 가자. 내가 주소 알려 줄 테니까 일단 와."
그렇게 나는 갑작스레 <천연염색 선생님>의 집에 초대받게 되었다. 처음 초대받는 거라 무엇을 사갈까 고민하다가 단골 떡집에 들렸다. 단골 떡집은 '오메기떡'으로 유명한 곳인 데 '오메기떡'을 매일 만드는 건 아니고, 나오는 날이 있고 안 나오는 날이 있다. 나오는 날도 시간을 잘 맞춰야 살 수 있는데, 오늘따라 유독 운이 좋아 나는 갓 나온 '오메기떡'을 사서 <천연염색 선생님>댁에 갔다.
"자기야, 밥 먹었어? 밥 못 먹었지? 내가 오라고 하고 생각해 보니까 점심도 못 먹고 올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자기 주려고 급하게 밥을 했어. 얼른 먹어."
<천연염색 선생님>이 차려준 밥상은 추분취와 뽕잎을 곁들인 비빔밥과 양념간장, 고사리나물이 있었다.
나는 이런 자연식 밥상을 정말 좋아한다.
"자기 주려고 일 인분만 솥에 다 새로 한 거야. 이거 먹고 나가자."
한 입 떠서 입에 넣었는데 제대로 고수의 손맛이 느껴졌다. 별다른 양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시간에 알맞게 데쳐진 나물들이 그냥 그대로 맛있었다.
"맛있는데요? 요리 진짜 잘하시네요. 진짜 맛있어요."
나는 연신 감탄하며 밥을 모두 먹었다.
"우리 차도 한 잔 할까?"
<천연염색 선생님>은 차를 내주시면서 손수 만든 정과도 함께 주셨다. 나는 평소 정과를 많이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모두 과일로 만든 거로 생각하고 한 조각 입에 넣었다.
"이건 비트고, 이건 도라지야. 내가 직접 만든 건데 어때?"
"이게 도라지라고요? 저는 과일인 줄 알았는데요? 진짜 도라지예요?"
나는 도라지의 형태도 없고 과일 맛이 나는 맛있는 정과를 먹었는데, 이게 도라지라니 너무 신기해서 눈이 동그래졌다. 역시 나는 팔랑귀는 아니지만 아침부터 목이 좀 칼칼했었는데, 도라지 정과를 먹으니, 목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나한테 정과 만들어 달라는 분들이 가끔 있거든. 그럼 그런 분들 조금 만들어 주고... 사실 이거 아무나 주는 거 아니야. 자기니까 주는 거야. 많이 먹어. 만들기가 어렵거든."
나는 황송해서 주신 정과를 천천히 모두 먹었다. 우리는 차를 다 마시고 슬슬 족은 노꼬메 오름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제 차로 가요."
나는 <천연염색 선생님>을 차에 태우고 족은 노꼬메 오름으로 향했다.
"어머? 저기 백로 아니에요?"
차를 몰고 오르막을 오르는 데, 시냇가에 백로가 먹이를 잡고 있었다.
"맞아. 맞아."
나는 차를 세우고, 빠르게 핸드폰을 들어서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백로는 나보다 훨씬 빨랐다.
"힝, 못 찍었어요."
"아니, 자기야. 사진을 찍으려면 더 빠르게 움직여야지. 그렇게 해서 어떻게 야생동물을 찍어?"
"그래서 맨날 못 찍어요."
<천연염색 선생님>은 내가 너무 황당한지 호탕하게 웃으셨다.
"내려오면서 혹시 백로 또 있으면 찍자."
백로는 고고한 동물이니까 혹시 이따 내려올 때까지 천천히 사냥하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족은 노꼬메 오름 쪽으로 차를 몰았다.
족은 노꼬메 오름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은 움푹 파인 곳이 많아서 운전하기 좀 어려웠다. <천연염색 선생님>은 웅덩이가 어디 있는지 잘 알고 계셔서 다행히 우리는 아무 사고 없이 주차장에 도착했다.
"여기 고사리 많은데... 지금은 다 없어졌나 보네. 자기 책에 사진 찍어서 넣으면 좋을 텐데... 아마 저쪽 위에 가면 고사리밭이 있거든. 거기 가면 고사리 사진 찍을 수 있을 거야."
나는 오늘 그냥 놀러 온 건데, 책까지 신경 써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건 고비인데 자기 한번 따볼래?"
나는 <천연염색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고비를 따 보았다. 고사리와 다른 묵직한 존재감이 신기했고, 동그라미가 연결되어 있어서 귀엽다고 생각했다. 고비를 따다 보니 문득 머릿속에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삶의 행복>
손에 쥐어야 행복한 거야?
손을 놓아야 행복한 거야?
난 아직도 모르겠단 말이지.
우리는 어느덧 고사리밭 앞에 도착했다.
"이상하다. 보통 여기 고사리가 많거든. 오늘은 자기 보여주려고 했는데 하나도 없네."
<천연염색 선생님>은 나를 보여주시려 고사리밭을 샅샅이 뒤졌지만, 어느덧 고사리 철이 지났는지 고사리가 잘 보이지 않았다.
"앗 여기 있다. 자기야 빨리 사진 찍어."
나는 어렵사리 발견한 고사리 사진을 잘 찍어 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고사리가 너무 얇아서 내 핸드폰이 초점을 잘 잡지 못했다.
"자기 되게 정성껏 찍네."
무릎을 꿇고 고사리 사진을 찍는 내게 <천연염색 선생님>은 한 말씀 하셨다.
"잘 찍고 싶어서요."
다행히 이번에 찍은 고사리 사진은 예쁘게 나온 것 같다.
돌아 나오는 길에 어디선가 더덕향이 풍겨 왔다.
우리는 시간이 더 있었으면 더덕향이 나는 쪽으로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숲에서 놀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다 되어 갔다. 주차장 가까이에 이르러 <천연염색 선생님>이 내게 말씀하셨다.
"여기 동산은 웨딩사진도 많이 찍으러 와."
"진짜예요?"
"응, 여기 동산이 사진이 예쁘게 나오나 봐."
"그럼 다음에 오면 같이 가봐요."
"그래, 그러자."
우리는 다시 만날 때는 동산에 함께 가보기로 약속했다. 내려오는 길에 시냇가에서 백로를 찾아보았으나 백로는 이미 가버리고 난 뒤라 너무 아쉬웠다.
늦은 봄 일주일간 긴 비가 예고된 날이었다. 숲을 가지 못한 답답한 마음에 나는 다시 <천연염색 선생님>께 연락했다.
"선생님, 오늘은 숲에 안 가세요?"
"자기야, 자기 지금 어딘데?"
"저요? 저 지금 구좌읍에 있어요."
"구좌읍? 거기는 또 왜 갔어?"
"아 여기 유명한 책방이 있어서 구경하러 왔어요."
"그럼 오늘 못 보겠네. 거기서 여기 오려면 1시간도 넘을 텐데."
"아녜요, 지금 갈게요. 저 그렇지 않아도 숲에 계속 가고 싶었거든요."
"그러면 지금 나는 전에 만났던 <사진작가님>하고 함께 있는데, 우리는 족은 노꼬메에 먼저 올라가 있을 테니까 자기 오면 연락해."
그렇게 우리는 셋이 함께 봄비가 내리는 숲을 걷기로 했다. 이날은 화순 곶자왈에서 만났던 <사진작가님>도 함께 했다.
"용희 쌤, 사실 나는 용희 쌤을 또 볼 수 있을 거로 생각지 못했는 데, 이렇게 보니 좋네요."
<사진작가님>이 말씀 하셨다. 나 역시도 <사진작가님>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비가 오는 산은 운치 있었다. 멀리서 꾀꼬리가 아름답게 울면 꿩도 뒤따라 목청껏 울어댔다. 산 한가득 흐드러지게 핀 때죽나무꽃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처럼 아름다웠고 박쥐나무의 꽃봉오리들은 곧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올라가는 데 편백 숲이 보였다. <사진작가님>과 나는 편백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어머나. 누가 이렇게 아름다운 상을 만들어 놨을까?"
편백 숲 한가운데 거짓말처럼 작은 식탁이 만들어져 있었고 우리는 뭐에 홀린 듯 숲으로 들어갔다.
"진짜 이 상은 너무 신기한데요. 나무하시는 분들이 만드셨나? 정말 운치 있네요."
"우리 여기서 소꿉놀이 한번 해볼래요?"
<사진작가님>은 신이 나서 말씀하셨다.
"좋아요. 그런데 무엇을 놓으면 돼요?"
나는 숲에서 소꿉놀이를 해본 적이 없어 어떤 것을 놓으면 좋을지 몰라 조금 난감했다. 내가 어린시절 해봤던 소꼽놀이는 진흙, 모래, 자갈 이런 걸로 많이 했었는데...
"그냥, 예쁘다고 생각하는 걸 놓으면 어떨까요?"
<사진작가님> 말씀에 나는 때죽나무꽃이 생각이 났다.
"그러면 저는 때죽나무꽃을 가져올게요."
숲 한가득 때죽나무꽃이 하얗게 별처럼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때죽나무꽃을 상에 놓으면 예쁠 것 같았다. 나는 때죽나무 밑으로 얼른 달려갔다.
"그럼, 저는 줄딸기 가져올게요."
<사진작가님>은 산 위쪽으로 올라가셨다.
한참 후 우리는 양손 가득 상에 놓을 예쁜 것들을 가지고 만났다.
가락지나물, 사초, 편백 열매, 초피나무잎, 참마 열매, 토끼풀꽃, 목련잎, 청미래덩굴, 솔방울 등... 나는 식물의 이름을 다 알지는 못했지만 <사진작가님>께서 내게 하나하나 알려주셔서 열심히 배웠다.
정성스레 식탁을 차리면서 나는 <사진작가님>께 물었다.
"이 상은 누구를 위해 차리는 건가요?"
<사진작가님>은 나를 보고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노루가 와서 먹으면 좋겠네요."
나는 정말 노루가 와서 이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먹으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럼 좋겠네요."
우리는 노루가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며 숲을 나왔다.
<천연염색 선생님>은 내게 집에 들러서 저녁을 먹고 가라 하셨다. 나는 비에 젖은 몸도 말리고 잠시 쉬고 싶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족은 노꼬메에 올 때는 각자 차를 타고 와서 우리는 따로 차를 타고 선생님 댁에서 만나기로 했다. <사진작가님>은 일이 있으셔서 먼저 집에 가셨다.
족은 노꼬메에서 내려오는 길에 웬 꿩 한 마리가 빗길을 뛰어가는 게 보였다. 암꿩이었는데 꼬리가 짧아서 멀리서 보니 뒷짐 지고 가는 작은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뒤뚱뒤뚱 뛰는 꿩이 웃겨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나와 눈이 마주치자 꿩이 갑자기 돌담 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차 유리를 내리고 사진을 찍으려는 데 노꼬메에 사는 꿩들은 시내권 꿩 보다 몸놀림이 빨라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꿩은 어느새 돌담을 넘어 밭으로 들어가 버렸다.
'꼭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쉽다.'
아쉬움을 달래며 <천연염색 선생님>댁에 도착했다.
"자기야, 어서 와."
웃으면서 반겨주시는 친절한 미소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기야, 아까 내려오는 데 꿩이 뛰어가더라고. 자기도 봤어?"
"네, 저도 봤어요."
"근데 걔가 나를 보더니 놀라서 도망가려고 날개를 펴는 데, 날개가 젖어서 안 펴지는 거야. 삐그덕 삐그덕거리는 데 어찌나 웃기던지."
"아 진짜예요? 저도 그 꿩 봤는데, 표정이 너무 웃기게 생겼어요."
나는 아까 봤던 사람 같은 꿩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웃었다. 비에 젖어 잘 펴지지 않는 날개를 억지로 펴려고 하는 꿩의 모습을 상상하니 더 웃기는 것 같았다.
집에 도착 했는데, <사진작가님>의 메시지가 왔다.
"용희 쌤, 내일 뭐 하세요? 노루랑 숲속 친구들, 우리가 차린 밥상 어떻게 했을까요? 지금쯤 노루와 새들이 파티하고 있을까요? 궁금해서... 내일 날씨 괜찮으면 한 번 같이 가볼래요?"
나도 우리가 아까 차린 밥상을 노루가 진짜 먹을지 정말 궁금했었는데, <사진작가님>께서도 무척 궁금하셨나 보다.
"네, 좋아요."
나는 진짜 노루가 숲속에서 우리가 차린 밥상을 먹었으면 기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걸 내일 직접 확인한다니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다음 날이 되어 <사진작가님>과 나는 간단히 요기할 것을 준비해서 족은 노꼬메 주차장에서 만났다. 오늘은 <천연염색 선생님>은 한라산에 가기로 선약이 있으시다고 해서 <사진작가님>만 뵙기로 했다.
나는 점심거리로 떡을 사서 갔다. 김밥은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서 상할 것도 같았고, 떡은 하루나 반나절 정도는 충분히 괜찮으니까 아마도 점심시간까지는 상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숲은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아니면 약간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이 아무도 없이 한산 했다.
나는 <사진작가님>과 주차장에서 만났다.
얇은 옷차림에 나를 보고 <사진작가님>은 옷을 빌려주셨다.
"오늘 같은 날씨는 잠바를 꼭 입는 게 좋아요. 왠지 안 가져올 것 같아서 제가 한 벌 더 챙겨왔어요."
나는 <사진작가님>의 마음에 감동했다.
"정말 감사해요. 저는 아직 산행은 초보라서 배울 게 많아요."
"저도 잘 몰랐는데, 산에 다니다 보니 사람들한테 조금씩 배운 거예요."
<사진작가님>은 겸손하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때죽나무꽃을 구경하고, 청미래덩굴도 보고, 박쥐나무 꽃봉오리도 구경하면서 편백 숲으로 향했다.
"이 박쥐나무꽃은 모양이 참 특이해요."
<사진작가님>의 말씀에 나는 재빨리 박쥐나무꽃을 검색해 봤다.
"이 꽃이에요? 그러네요. 노리개를 닮았어요."
"네 맞아요. 꽃이 참 특이하죠. 아마 이 정도 꽃봉오리면 곧 다음 주 정도면 여기 박쥐나무꽃이 잔뜩 피지 않을까 싶네요."
나는 박쥐나무꽃이 산 한가득 피면 또 <사진작가님>과 함께 구경하러 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오르다 보니 어느덧 우리는 편백 숲으로 들어왔다.
"아, 어제 노루가 안 왔나 보네요."
우리의 상차림은 손을 타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나는 노루나 산새가 와서 먹지 않은 게 좀 아쉽긴 했지만, 상이 그대로 있는 것도 그 나름대로는 신기했다. 상은 비에 젖기만 했을 뿐 우리가 차려놓은 그대로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오늘은 우리를 위한 상을 차려보면 어떨까요?"
내 말에 <사진작가님>도 좋아하셨다.
"그럴까요?"
그렇게 우리는 가져온 도시락으로 우리를 위한 작은 파티를 열었다. 그릇이 없어서 목련 나뭇잎과 박쥐나무 잎을 활용했고, 떡과 방울토마토, 파프리카를 놓으니, 누군가 우리를 위해 파티를 열어준 것처럼 그럴싸했다.
"작가님, 이렇게 차려놓으니, 뭔가 굉장히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요."
나뭇잎에 올리니, 떡의 전통 무늬와 예쁘게 잘 어울렸고, 떡도 더 맛있게 보였다. 주변은 갑자기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서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작가님이 미리 준비해 오신 작은 의자에 앉아 우리만의 파티를 즐겼다. 우리는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음식을 먹었고,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다는 게 뭔지 알게 되는 시간을 보냈다.
"작가님, 저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정말 특별한 경험이에요."
"저도 그래요."
우린 그렇게 안개 낀 숲에서 함께 우정을 나눴다.
<찾아가기>
주소: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산138
꿩 많고, 새 많고, 고사리도 있어요.
노루도 가끔 나타난대요, 족은 노꼬메 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