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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항준 Danniel Park Nov 25. 2021

임팩트 금융의 시대 1. 사회적 금융의 태생적 한계

최근 환경과 소셜 그리고 지배구조를 중요시하는 ESG경영이 서구권을 시작으로 국내 대기업들의 화두다. ESG경영은 탐욕적 자본주의의 산물인 괴물 기업의 탄생을 억제하고, 환경문제를 기반으로 양심과 공익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의 공정한 경영활동을 평가하는 투자 접근방식이다. 


그러나 ESG경영도 나눔 경제(Sharing Economy)와 마찬가지로 탐욕적 자본주의를 유발한 이원론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업 스스로 자성하는 계기로 활용하지 못하고 후발국가나 기업을 견제하는 도구로 악용할 소지가 높다는 약점이 있다. 선진국이 후진국을 ESG라는 잣대로 보게 되면 무역규제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수백 년간의 환경오염의 주범이 이제 와서 경제개발을 해야 하는 국가가 기업들에게 손가락질하는 격이다. 최근에는 독일의 국민기업이자 세계적 브랜드인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자사가 생산한 자동차들의 배기가스를 대대적으로 그것도 수년간 조작하다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ESG의 조급함이기도 하지만 경쟁기업의 수입을 막는 유혹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양극화에 지쳐 불완전해진 경제사회의 대안은 바로 소셜(Social)이었다. 네트워크 통신의 발전으로 정보대칭사회는 정보독점에 대한 양극화의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한다. 그러나 수백 년간 내려온 독점 체계가 한 번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 


이 변화의 시기에 변곡점을 지날 때 잠시 보이는 징조가 있다. 바로 이행기적 징후다. 이행기적 징후는 주류적 질서가 새로운 질서에 의해 전환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태풍 전야에 쥐떼가 보이는 이상행동이 대표적인 이행기적 징후다. 21세기의 전환을 전후로 해서 우리는 새로운 전환기를 알리는 이행기적 징후를 겪어왔다. 


대표적 이행기적 징후로는 포스트모더니즘(반달리즘, 해체주의)이 있다. 정치적으로는 서유럽형 사회주의적 복지국가가, 사회적으로는 중개 플랫폼을 통한 공유 철학이, 경제적으로는 2008년 재탄생한 나눔 경제가 있다. 기술적으로는 탈중앙화를 외치는 블록체인 기술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 모든 움직임의 공통점은 정보 불균형으로부터 극대화된 양극화를 거부하는 움직임이다. 부와 지식의 독점을 막고, 부를 함께 나누자는 의지가 숨겨져 있다. 바로 소셜(Social)이다. 


소셜은 공유 플랫폼으로 시작해서 사회적 기업,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2011년 탄생한 CSV(나눔 가치창조)를 거쳐 최근의 ESG경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셜 열풍이었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소셜을 앞세워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하게 된다. 소셜커머스, 클라우드 펀딩, P2P 대출, 사회적 기금, 암호화폐 등은 다양한 사회적 금융의 경험이자 실험이었다. 


그러나 20년간 우리가 경험한 사회적 금융은 앞으로 찾아올 미래의 금융에 비하면 워밍업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적 금융은 태생적으로 ‘브레이크 없는 기차’로 표현되는 탐욕적 자본주의에서 탄생한 돌연변이적 성향이 강한 금융모델이다. 정보독점으로 인해 부(富)를 얻은 부자의 자산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자는 정신이 깔려 있는데 이는 이원론적 양극화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대안으로 설계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사회적 금융은 양극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제로섬 기반에 편중된 부를 강제적으로나 자율적으로 사회에 나눠주자는 주장은 프로레타리아 폭력혁명과 맥락을 같이 한다. 폭력혁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입법 폭력을 통하여 부자들을 비난하고 비웃으며 그들이 취한 부(富)를 세금을 통하여 강제로 빼앗는 모양이 되면서 부를 내놓은 부자들은 존경보다는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자본주주의 근본적 정신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부자들이 정부의 복지정책을 공산주의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탐욕적 자본주의는 이미 엎어진 물이다. 사회적 금융은 엎어진 물을 다시 담는 수준의 자그마한 노력일 뿐 근본적으로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다. 정보독점의 승자들에게 강제로 그들의 부를 빼앗는 경우가 아니고는 말이다. 엎질러진 물을 어느 정도 되 담을 수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양극화로 인해 골이 깊어진 사회적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는 ‘소셜’의 태생적 한계에서부터 기인한다. ‘소셜’은 한마디로 개처럼 벌었으니 정승처럼 쓰라는 말이다. 부를 나눈다 해서 존경의 대상 못하는 이유다. 


팬데믹 이후 금융은 새로운 펀더멘탈 (Fundamental, 경제 기초) 하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이제껏의 금융이 탐욕적 자본주의를 탄생시킨 주범이었다면 이제 이에 선을 넘은 자본주의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새로운 금융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임팩트 금융(Impact Finance)이다. 이제 정제된 자본주의 시대다. 정보의 독점권이 대중에게로 돌아왔다. 정보독점으로 수백 년간 일부에게만 몰려있던 권력과 부가 대중에게로 돌려오고 있다. 이에 새로운 판에 새로운 금융이 설계되고 있는데 바로 임팩트 금융이다. 


임팩트 금융은 빼앗는 금융도, 그렇다고 약자를 위한 금융도 아니다. 사회적 금융이 과도한 욕심의 결과로 인한 양극화에 의해 미안함으로 시작한 금융이었다면 임팩트 금융은 자본주의가 해결하지 못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중주도적 금융이다. 


최근 팬데믹 이후 정부의 통화정책이나 비트코인의 상승 등을 보면서 이제 기존 경제적 지식들이 더 이상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제 임팩트 금융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대비가 필요하다. 자칫 이행기적 징후 시대 ESG나 기타 사회적 금융에 발목이 잡혀 주저하고 있다면 큰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태풍전야 이상행동을 하는 쥐의 행동의 연구는 태풍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태풍이지 쥐의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항준 누림경제발전연구원 원장

현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현 (사)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트벌(sicaf) 집행위원장

현 중기부 액셀러레이터 (주)하이퍼텍스트메이커스 대표이사

현 (사)한국블럭체인기업진흥협회 상임부회장

현 (사)우리경제협력기업협회 부회장


저서: △더마켓TheMarket △스타트업 패러독스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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