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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항준 Danniel Park Jul 17. 2023

[북칼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서로 성향이 다른 네 아들이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벌이는 인간의 다양한 갈등관계는 도스토옙스키의 마지막 장편소설 '카르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메타 키워드다. 이 소설은 1879~1880년 사이에 발표되었다. 다소 지루해 보이고, 두꺼워 보이는 이 소설이 무엇 때문에 그리 화제가 되고 세계적인 명작이 되었을까? 왜 작가는 이 단순한 구조의 소설에 영혼을 갈아 넣었다 할 정도로 신경을 썼던 것일까?     

 

기존의 해석들이 인간의 심리적 갈등, 진정한 신앙의 의미, 인간의 자유의지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1세기에 이 소설이 주는 메타언어는 무엇이며, 이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깨달아야 하는가라는 관점으로 이 명저를 해체하고, 재해석해 보자는 도전적인 마음이 들었다.


소설의 가장 중요한 구성은 서자를 포함한 네 아들이다. 장남인 드미트리는 양평대군과 같은 삶을 산다. 감성적으로 자유로운 영혼이다. 아버지나 집안의 환경으로 인해 감성적 자유도가 높아지면서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보인다. 차남인 이반은 가장 현실적이며, 경제지향적인 지성적 성향을 갖는 이다. 이반의 지성지향은 영혼도, 신앙도, 사랑도 무시하고 현실을 추구하는 이코노패스적 성향으로 바뀌어 나아간다. 수도원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막내아들 알료샤는 포용성이 높고 모든 삶을 신에게 의존하는 도덕과 윤리를 중시하는 이성적 인간이다. 다만, 막내 알료샤는 아버지의 죽음을 제삼자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묵인하고, 방임한다.      


도스토엽스키의 사망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2부에서는 막내아들인 알료샤가 황제를 죽이고, 교수형에 처해진다는 주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이성적 인간이 변화할 수 있는 한계와 위험성을 경고하고, 심지어 사회적 명분을 앞세워 소시오패스적 성향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서자 아들인 스메르자코프는 이 세 아들들의 단점을 모두 합친 복합적 성향으로 표현된다. 결국 둘째 이반의 가스라이팅형 암묵적 유도로 아버지를 살해하게 되고, 감정적인 큰형 드미트리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영악함을 보인다. 


이 소설의 위대함은 인간의 성향을 매우 과학적으로 구분해 놨다는 점이다. 1800년대 후반에 쓰인 이 소설은 이미 인간을 이성과 지성, 감성적 성향이라는 기준으로 구분하고 있다. 1899년에 프로이트에 의해 '꿈의 해석'이라는 책이 출간되고도 한참 후에나 과학자들에게 의해 정신분석이 연구되게 되었으니 이성과 지성, 감성으로 인간을 구분한 이 작가의 메타인지 능력에 존경이 절로 난다. 또한 이 세 성향이 극에 달한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이 인문학의 위대함이라 할 수 있다. 현대용어로 표현하자면 소시오패스, 이코노패스, 사이코패스다. 


이 간단한 구조의 소설이 길어진 것은 작가가 인간의 성향 구조를 정의하는데 멈추지 않고 상호 갈등구조에 대해 기술했기 때문이다. 즉, 이성적 인간과 지성적 인간의 갈등, 지성적 인간과 감성적 인간의 갈등, 감성적 인간과 이성적 인간과의 갈등을 형제간 대화갈등을 통해 표출해 낸 것이다.     


지식수준이 높고 자기 경험이 풍부해진 현대인들에게 가장 위험한 태도는 자기 지식과 경험 즉, 자기 관념을 강요하는 것이다. 소설 속 형제간 대화의 공통점은 서로 담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기주장과 논리로 자신의 관념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려들뿐 상대를 이해하고 타협하고, 합의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그 갈등의 결과물이 바로 존속살해로 귀결된다.     


결론적으로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인문학적 가치를 정리하자면 첫째, 심리학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은 시기에 이미 이성과 지성, 감성이라는 뇌인지 성향을 구분을 했다는 것. 둘째, 관념의 나르시시즘에 사로잡히면 종교든, 정치든, 사회적 선이든 상관없이 서로를 죽일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점이다. 1880년대에 뇌구조학적 기반의 체계적 구성의 문학소설이 쓰였다는 것에 다시 한번 경외함을 느낀다.        


박항준(dhanwool@gmail.com)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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