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는 子曰, "鄕原德之賊也(향원덕지적야_공자께서 말씀하시길 향원이 덕의 가장 큰 도적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향원(鄕原)은 매사에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따지지 않고, 시속에 맞추어 두루뭉술하게 살면서, 고을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향원(鄕原)은 뚜렷한 가치관이 없고, 삶의 태도가 진지하지 않아 위선적인 사람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도 있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향원(鄕原)으로는 세상에 유행하는 정보를 빨리 습득해서는 짧고, 얕은 지식을 세상 사람들에게 빠르게 설파하고, 대단하다고 존경받는 사람을 말한다. 공자께서 향원이 덕(德)의 가장 나쁜 적이라 말한 이유는 향원(鄕原)들이 뚜렷한 철학이나 가치관이 없고, 논점을 회피하고, 신기함과 사회적 약점만을 들추어내기 때문이다. 강연이나 책, 방송을 통하여 대중을 상대로 공포와 환상을 심어주며 자기의 얕은 지식을 자랑한다.
맹자도 향원(鄕原)에 대하여 강력히 경계한다. “비난하려 해도 비난할 요소가 없이 완벽하게 보인다. 찌르려 해도 찌를 틈이 없어 보인다. 흐르는 세속에 너무도 잘 동화되고, 오염된 세상과 너무도 잘 야합한다. 평상시에 사는 모습을 보면 충직하고 신험이 있는 듯이 보이며, 행동을 보아도 청렴하고 결백하게 보이며, 모든 사람이 그를 기뻐 따른다. 자기 스스로 자기가 옳다고만 생각하지만 이런 자들은 도무지 요ㆍ순의 도(道)에 더불어 들어갈 길이 없다. 그래서 공자께서 ‘덕의 도적(賊)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럼, 지금 우리 사회에 혼란을 주고 있는 도적(鄕原)들에 대해 돌아보자. 가깝게는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제시된 ‘4차 산업혁명’의 유행에 올라탔던 이들이 있다. 다보스포럼 이후 몇 개월 만에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책을 출판하고, 산업혁명의 전문가가 되어 전국 강연을 다닌다. 향원(鄕原)들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게 될 것이며, 디지털기술로 인해 기존 직업이 없어지게 된다면서 사회적 공포와 기대감을 동시에 제시했었다. 정부 부처에 이를 대응하는 조직이 생겨나고, 이들은 정부의 요직을 맡게 된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은 선언적 의미일 뿐이며, 차라리 인더스트리 4.0이나 디지털산업혁명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함으로써 우리 경제 발전에 진정 도움이 될만한 창의적 철학과 가이드를 제시했던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유행어와 수많은 향원(鄕原)들에 의해 묻혀버린다.
우리 앞에 그들이 당장 올 것처럼 자랑하던 4차 산업혁명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당시 전문가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당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던 향원(鄕原)들의 지금 모습은 보지 않아도 상상이 간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딱지는 떼고 지금쯤이면 아마 AI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AI분야에 책과 강연과 방송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제 일반 대중들도 향원(鄕原)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 향원(鄕原)들의 지식이 수백 개의 최고위 과정이나 조찬 강의, 방송 강연, SNS 동영상, 책으로 출판되었을 때 말이다. 향원들의 강의는 들을 때는 신기하지만 실천할 수는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信, 超, new, neo라는 접두어들을 붙여가며 무언가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생각이나 자기 철학이 없다 보니 들을 때뿐 실천할 수가 없다. 강연이나 책을 읽고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다"라고 느꼈다면 향원(鄕原)의 강의였고, 향원(鄕原)의 책이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향원(鄕原)들은 휘발성 지식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이나 AI를 주제로 대중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가 훌륭한 융복합 전문가인지 아니면 휘발성 지식을 제공하는 향원(鄕原)인지 구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진정한 전문가들의 강의나 지식은 그들이 주장하는 생각과 말, 그들의 책 속에서 그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분야의 가치관을 발견할 수 있으며, 독자들이나 청중들은 강의와 책 속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갖게 된다.
또한 진정한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미래에 대해 교차검증을 제시한다. 교차검증은 단지 지금 시장에서 일어나는 몇 가지 신기한 사례들만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생명 윤리적 가치, 역사 인문학적 근거, 철학적 알고리즘, 물리학적인 메커니즘 등을 결합하여 제시한다. 자연관, 생명관, 인생관, 사회관, 세계관, 우주관 속에서 서로의 맥락을 비교함으로써 자기 이론과 예측의 실수를 줄이는 정화과정을 밟아간다.
이제 향원(鄕原)과 진정한 미래 전문가를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TV에 자주 보는 강사들의 강의에서 신기함과 스킬을 넘어 새로운 가치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반도체 전문가보다는 반도체 이후의 세상을 상상하는 이들과 가까이해야 한다. 금리나 투자전문가보다는 화폐금융 이후에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갈 새로운 자본주의를 논하고 예측하는 전문가와 가까이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진정한 자기 성찰이며, 자기 성장이며, 자기다움의 혁신이고, 향원(鄕原) 즉, 사이비(似而非)를 분별하는 지혜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부회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