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쓰는 그리스로마신화 4편.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이야기
데메테르는 그리스 신화에서 농업과 풍요의 여신으로, 대지의 비옥함과 수확을 주관합니다. 그녀의 딸 페르세포네와의 이야기는 자연의 순환을 설명하는 중요한 신화입니다. 칠석(七夕)과 데메테르의 이야기는 몇 가지 유사한 점과 상징적인 연관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선 신화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페르세포네는 아름답고 순수한 여신으로, 어머니 데메테르와 함께 지상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페르세포네가 들판에서 꽃을 따고 있을 때, 지하세계의 신 하데스가 그녀를 납치하여 지하세계로 데려갑니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사랑하여 그녀를 자신의 왕비로 삼으려 했습니다.
데메테르는 딸의 실종에 큰 슬픔에 빠지게 됩니다. 그녀는 딸을 찾기 위해 온 세상을 헤매었고, 이로 인해 자신의 신성한 의무를 소홀히 하게 됩니다. 데메테르의 슬픔으로 인해 대지는 황폐해지고, 곡식은 자라지 않으며, 기근이 찾아옵니다. 인간들은 큰 고통을 겪게 되었고, 이는 신들에게도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인간 세계의 고통을 지켜보던 제우스는 하데스에게 페르세포네를 돌려보내라고 명령합니다. 하데스는 이를 받아들이지만, 페르세포네에게 석류 씨앗을 먹게 합니다.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은 자는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페르세포네는 일 년 중 일부 기간을 지하세계에서 보내야만 했습니다.
결국, 제우스의 중재로 페르세포네는 일 년의 절반을 지상에서 어머니 데메테르와 함께, 나머지 절반은 하데스와 함께 지하세계에서 보내게 됩니다.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있을 때는 데메테르가 기쁨에 차서 대지를 풍요롭게 만들고, 이는 봄과 여름을 의미합니다. 반면,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에 머무를 때는 데메테르가 슬픔에 빠져 대지가 황폐해지고, 이는 가을과 겨울을 의미합니다.
# 한 해의 반; 음력 7월7일 <칠석>, 양력 8월8일 <입추>
칠석에는 견우와 직녀의 이별과 재회에 관한 설화가 있습니다. 단 하루만 재회가 가능하기에 만나고, 헤어질 때 기쁨과 아쉬움을 나타내는 비가 많이 내립니다. 칠석은 전통적으로 농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주로 농경 사회에서 중요한 시기입니다. <칠석>은 음력 7월 7일에 해당하며, 이는 한 해의 중반을 의미합니다.
반면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와도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페르세포네는 일 년 초 중반은 어머니 데메테르와 함께 지상에서 보내고, 나머지 일 년의 중반은 하데스와 함께 지하세계에서 보냅니다. 이 두 이야기는 이별의 슬픔과 재회의 기쁨을 공유합니다. 데메테르 슬픔의 시작 시점인 <입추>는 양력 8월8일경입니다.
두 이야기는 모두 계절(봄여름과 가을겨울)이라는 자연의 순환과 변화를 반영하고 있으며, 가족의 유대를 강조하고 있기도 합니다. 칠석은 견우와 직녀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데메테르의 이야기는 어머니와 딸의 강한 유대를 강조합니다.
이러한 유사성은 동서양 신화가 각각의 문화적 배경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려는 공통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신화는 서로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자연과 계절,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다루는 방식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