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자본주의를 도입하여 경제개방 후 몇 년 전까지 장판 밑 경제로 골머리를 썩혀왔다. 공산정부나 출금이 불편한 은행을 믿지 못하는 중국인들이 자신들이 벌어온 달러나 위안화를 장판 밑이나 항아리, 천장 등에 묻어두었기 때문이다. 심각한 것은 장판 밑 경제의 고착화는 경제에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돈은 혈액과 같다. 혈액이 돌지 않으면 동맥경화가 일어나듯 돈이 장판 밑으로 숨어버리면 국가는 동맥경화 상태에 빠진다. 공산주의 정치체제 하에서 부를 부끄러워하는 문화가 이를 부추겼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신뢰다. 내가 번 돈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신이 장판 밑 경제를 이끌었다. 출금이 어렵고, 불안한 은행에 현금을 예금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연간 수출과 관광 수입으로 1000조의 외부자금이 유입된다. 이 1000조의 자금은 무역거래, 해외 투자, 기업과 가계를 대상으로 또 1경의 통화량을 만들어낸다. 쉽게 말해 1000조의 수입으로 1경의 내부 통화가 경제에 순환되면서 추가로 통화 발행의 필요성이 적어져 인플레이션을 막고 여유 자금으로 대출 권유와 저금리로 투자가 촉진된다. 경제가 추가 1경으로 선순환되는 것이다. 국민이 부유해지면서 국가가 부유해지는 선순환 생태계다.
그러나 장판 밑 경제가 굳어져 되어 외부로부터 유입된 1000조의 자금이 장판 밑으로 사라졌다 치자. 수출을 아무리 열심해해도 달러 보유량이 늘지 않고, 무역거래나 대출 등 경제가 커지면 커질수록 통화량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 추가 통화를 발행하고 이로 인해 달러 대비 위안화 가격이 하락하한 인플레이션이 찾아온다. 결국 국민은 부유해져도 국가는 부유해지지 못하는 악순환 생태계가 조성된다.
그러던 중 장판 밑 경제를 타개할 대안책이 우연히 탄생한다. 바로 알리페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은행이나 국가보다 더 믿을만한 곳이 생기다 보닌 장판 밑에 숨겨두었던 현금 다발을 알리바바에게 맡기게 된다. 현금에서 전환된 모바일 화폐가 실생활에 사용하면 편리성과 안전성을 모두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거지도 QR코드로 적선을 받을 정도로 디지털 화폐는 활성화되었다.
이후 중국 경제는 급속히 발전하게 된다. 돈이 알리바바를 거쳐 은행으로 몰리면서 이 현금을 회전할 수 있는 새로운 현금 사용처들이 생긴 것이다. 더구나 알리페이가 생활에서 기업경제로도 확산되면서 현금이 알리페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고 디지털 화폐로 회전하는 현상이 벌어져 경제가 디지털 화폐로 선순환하고, 실물화폐는 은행을 통해 해외 채권 구매나 투자에 사용되는 경제구조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아프리카에 60 조규 모의 차관과 무상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자세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혹 알리바바가 망한다는 소문에 알리페이의 현금 환급사태가 일어나면 금방 그 규모를 알게 될 것이다. 이를 두려워한 중국 정부가 자유경제 신봉자인 알리바바의 마윈을 견제하고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인 CBDC를 대안으로 발행한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알리페이나 위쳇페이에 자신감을 얻은 중국정부가 자국민의 자금을 확실히 장판 밑에서 거둬들일 무기를 손에 든 것이다. 더불어 미국의 달러화를 대체할 무역 화폐로의 장기적인 포석을 둔 것으로도 보인다. (이에 대한 화폐 전쟁의 성패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다만, 우리가 여기서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은 첫째, 알리페이와 중국 정부와의 상생관계다. 이 상생관계를 우리는 크립토 자산과 한국 정부와의 상생관계에 투영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은 이미 은행에 대부분의 자금을 넣고 있어 장판 밑 경제에 갇혀있지 않다. 그래서 디지털 화폐가 발행된다고 경제 시스템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법정화폐가 아닌 크립토 프로젝트들로 크립토 자산이 확대되고 이 자산이 내수에서 선순환된다면 화폐의 추가 발행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가설이다. 민간이 발행한 크립토 자산으로 인플레이션 위험 없이도 국민의 복지정책, 사회문제 해결,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등에 확대된다면 전혀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 된다.
둘째, 분산되어 있어 엔트로피가 매우 낮은 작은 푼 돈들이 모여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 1천만 명이 100만 원씩의 저엔트로피 자금을 한 군데로 모은다면 10조가 된다. 이 10조가 1천만 명의 통장에 분산되어 있을 때에는 큰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없다. 그러나 이 10조가 한데 모여 그간 예산 부족과 금융기관의 무관심 속에 버려두던 복지, 장애인, 치안, 안전 등 소셜임팩트 분야에 사용된다면 지속가능 사회를 보다 앞당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또한 이 투자의 대가가 정부예산이 아닌 정부가 갖고 있는 영업권, 판권, 이권, 사용권 등으로 지급된다면 현금 없이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마저도 기대할 수 있다.
크립토 자산으로 보증을 통해 소셜임팩트 사업을 수행하는 임팩트 블록 프로젝트를 살펴보자. 해당 프로젝트로 2천억이라는 자금이 모여 소셜임팩트 사업을 수행한다면 엔트로피를 매우 안정화시킴은 물론 주식이나 부동산 외 새로운 부의 축적수단의 탄생으로 국민이 신바람 나게 될 것이며,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에서 해결하지 못하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집중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물론 기축통화를 손상시키지 않고, 크립토 재단이 양심적으로 펀드를 조성하고 운영해야 하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다. 디지털 산업혁명에 방점을 찍는 크립토 금융이 세상을 바꾸는데 소소한 문제일 뿐이란 얘기다. 이제 거시적 안목으로 크립토 금융과 정부와의 상생관계라는 밑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