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증법을 완성한 헤겔은 ‘테제(정, thesis)’와 ‘안티테제(반, antithesis)’라는 반대 개념의 투쟁을 통해 ‘지테제(합, synthesis)를 창조하는 변증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변증법 알고리즘을 채택한 서양이 문화적 전통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동양에 비해 투쟁과 경쟁 속에서 기술과 철학 분야에서 부닥침의 진보를 이루고 세계의 리더가 된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2008년 블록체인을 설계하여 발표할 때의 주요 모토가 중앙 서버와 중앙권력의 남용에 대응하는 탈중앙화(Decentralized)였다. 분산 장부의 탄생 동기다. 그러나 우리가 ‘탈중앙화(Decentralized)’라는 말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중앙화’라는 테제의 안티테제가 '탈중앙화'는 맞을지 몰라도 안티테제인 '탈중앙화'가 가 중앙화의 정반대 개념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앙화’라는 시스템이 모든 부분을 완전히 버려야 할 쓰레기 같은 시스템은 아니기 때문이다. 권력의 집중과 해킹에 취약한 ‘중앙화’ 시스템은 그러나 효율성과 속도, 중앙통제에 의한 안정성이라는 강력한 장점을 안고 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탈중앙화를 주장했다는 점은 중앙화의 단점을 보완하고 개선하고, 혁신하자는 것이지 ‘중앙화’ 자체를 포기하자는 의미는 아니었다. 숫자로 표현하자면 100% 완전 순도로 ‘중앙화’를 뒤집는 다기보다는 ‘중앙화’로부터 약 70%의 파괴적 혁신이 목표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점은 크립토 이코노미스트들이나 블록체인 개발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자칫 오해하여 ‘중앙화’를 무조건 나쁜 시스템으로, 무조건 포기해야 할 시스템임을 전제로 해서 ‘탈중앙화’ 정책을 맹목적으로 블록체인 설계에 대입하다 보면 커다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몇몇 블록체인 설계자나 학자, 개발자들이 블록체인이나 크립토 비즈니스를 평가할 때 ‘탈중앙화’에 적합하지 않다 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에 크게 개의치 말아야 한다. ‘탈중앙화’는 ‘중앙화’의 장점을 안으면서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배척이 아니어야 한다.
코인을 발행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코인 재단이라는 조직이 존재하는 한 완전한 100% 순도의 ‘탈중앙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100% 순도의 ‘탈중앙화’가 이루어지려면 재단 이사회나 마스터 노드의 의사결정도 100% 만장일치제여야 한다. 불가능한 얘기다. 2/3 이상의 동의라는 개념 자체가 1/3은 중앙화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100% 순도의 ‘탈중앙화’의 패러독스에 빠지는 딜레마에 빠지지 말고, ‘중앙화’의 파괴적 혁신을 목표로 '탈중앙화'에 대한 정책이 바르게 설계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