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경제 방역’

'스웨덴식 집단면역 실험’을 비추어보자

by 박항준 Danniel Park

최근 한국의 코로나 감염예방과 치료방식은 최고의 부러움과 찬사를 보내고 있다. 물론 영국은 중도 포기했고, 스웨덴만이 한국과는 다른 ‘집단면역 실험’을 하고 있다.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됨으로써 면역성이 없는 개인이 간접적인 보호를 받게 되는 상태인 ‘집단면역 실험’은 전염병을 극복하는 대처방안으로 확진자 숫자가 ‘얼마나 완만하게’ 조절되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완화 전략의 일환인 '플래트닝 더 커브(Flattening the Curve, 2017년 미국 질병예방 통제국 연구)’를 주목한다.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감염 확산 속도를 최대한 늦춰 환자를 의료 자원 안에서 관리하고 단기간에 감염자가 급증하는 것을 조절해보려는 대책이다.


플래트닝 더 커브.bmp

플래트닝 더 커브(Flattening the Curve) 모델. 하나는 단기간에 바이러스 발병률이 급증했음을 나타내는 가파른 봉우리고(보라색), 다른 하나는 오랜 기간 동안 점진적인 감염을 나타내는 완만한 곡선(빗금)이다. [자료 미국 CDC]



연구진은 “감염병을 빨리 끝내는 것만큼이나 속도를 늦추는 것도 중요하다”며 “커브를 평평하게 만들어야 (폭발적 감염을 막아야) 병원이나 백신 제조업체들이 압도당하지 않고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 19의 감염속도나 이태리나 스페인 등 기후나 생활패턴들이 비슷한 유럽 국가들의 사망률을 봐서는 스웨덴의 집단면역 실험은 매우 큰 도박에 가깝다. 스웨덴의 시스템이 발병률을 점진적인 감염으로 이끌어 의료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이끄는 즉, '플래트닝 더 커브(Flattening the Curve)’의 기울기를 완만히 이끌도록 하는 마스크, 방역, 사회적 거리두기, 감염자 동선추적, 통행제한 등 그 어떤 조치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번 방역과 치료에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고, 치사율이 현저히 낮은 이유가 바로 '플래트닝 더 커브(Flattening the Curve)’의 곡선을 완만히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전염병 대처에 찬사를 받던 한국의 정부가 의료시스템과는 달리 긴급재난지원금 분야에서는 ‘스웨덴식 집단면역 실험’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 지금 긴급재난지원금을 시장에 자율적으로 풀어놓고 그 어떤 대안 없이 경제가 잘 받쳐 주기를 지켜보겠다는 것은 ‘스웨덴식 집단면역 실험’과 매우 유사한 패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전염병과 같이 대규모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문제의 확산 속도를 최대한 정부의 시스템 안에서 관리하고 단기간에 문제가 급증하는 것을 조절해보려는 대책이다. 결국 긴급재난지원금은 빨리 지급하는 것만큼이나 지급된 통화량의 회전율을 높여 M1(현금성 통화) 안으로 유입되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코로나 19 커브처럼 긴급재난지원금 회수 커브도 평평하게 만들어야 경제가 압도당하지 않게 된다. 커브를 평평하게 만드는 시스템 없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은 전염병의 치사율이 높았던 이태리나 스페인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 정부가 제시하는 지역사랑 상품권이나 사용기한이 있는 전자화폐는 한번 사용 후 다시 유통되지 않고 즉시 정부를 대상으로 청구되기에 M1(현금성 통화)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긴급재난지원금 모델은 '플래트닝 더 커브(Flattening the Curve)‘의 급격히 가파른 봉우리로 내수를 진작했다가 급히 사그라지며 정부의 재정부담만 높아지는 화려하지만 효과 없는 위험한 실험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 스웨덴식 집단면역 실험‘에 대해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유와 같은 이치다.


※ 국내 통화는 크게 M1부터 M3 유형으로 분류된다. M1(협의통화)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예금의 합계, M2(광의통화)는 M1과 만기 2년 미만 금융상품의 합계, Lf(종전 M3)는 M2와 2년 이상 금융기관 유동성 상품을 의미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인플레이션 등에 급격한 실물경제의 영향이 적은 통화 특징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보다 코로나 이후의 사태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간 4차 산업혁명의 발목을 잡고 있던 거대기업의 기득권, 왜곡된 노조, 경직된 노동법, 문어발식 기업확장, 비혁신적인 분야의 사업유지 등의 독소 요소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이어지는 경제공황이라는 강력한 태풍에 의해 자연스럽게 제거되거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혁신 차원에서 이번 경제위기를 계기로 강력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미래의 이 상황을 더욱더 준비해야 한다. 정부가 고용 지속을 위해 국책은행을 앞세워 망해가는 대기업들에 호흡기를 달아주는 시대는 지났다. 미국식 무제한 양적완화를 수행할 수도 없다. 이제 정부의 자금력으로 IMF 이상으로 확대될 경제 혼란기의 회오리를 멈추게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플래트닝 더 커브(Flattening the Curve)’의 완만한 곡선을 그릴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 ‘한국식 경제 방역’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위기 대처를 위해 나오는 다양한 정부 정책들이 '플래트닝 더 커브(Flattening the Curve)’의 곡선을 급격하게 만들 것인가? 완만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기준으로 검증이 필요하다. 200조에 달하는 복지예산, 수백조가 들어갈 기본소득 등이 그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식 경제 방역’의 첫 작품으로 제시된 긴급재난지원금은 기울기를 완만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해 보임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누림경제연구원장 박항준(세한대 교수, danwo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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