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가 아닌 묘수가 필요할 때

by 박항준 Danniel Park

꼼수는 상대의 실수를 노려 이득을 보려는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이라 정의됩니다.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두는 짧은 수이기도 합니다.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꼼수 전략은 전략이나 도덕적 비난을 받을 수 있고 얻는 만큼 잃는 것도 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수들이 쓰는 수라고 합니다.


반면 묘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둑이나 장기 따위에서 생각해 내기 힘든 좋은 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때는 윈-윈(win-win)이 되는 수를 말합니다. 나의 목적에도 부합되면서도 상대 또는 사회 전체에 이익이 가는 적당한 타이밍의 전략이나 정책을 말합니다. 보통 묘수는 지켜보거나 듣는 이의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감탄의 표현입니다.


무엇이 묘수인지를 알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한 노인이 숨을 거두면서 세 아들에게 유언을 했습니다.

“소 17마리가 내 전 재산인데 큰 아들은 반을, 둘째 아들은 3분의 1을, 막내아들은 9분의 1을 갖고 잘 키우도록 해라.”

아버지 장례를 끝내고 유산으로 남긴 소 17마리를 아버지의 유언대로 나누려 했습니다.

그런데 유언대로 소를 잘 키우면서 나누기가 곤란해졌습니다.


큰아들의 몫인 절반은 17 ÷2 = 8.5로 ‘8마리 반’이니 잘 키우라는 소 한 마리를 반으로 잘라 죽여야 했고, 둘째 아들은 17 ÷ 3 =5.666... 마리이고, 셋째 아들은 17 ÷ 9 = 1.888... 마리로 계산 자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세 아들은 마을에서 가장 지혜롭고 어진 사람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어진 이는 자신의 소 한 마리를 더 보태어

18마리 (17마리 + 1마리)로 만들어 아버지의 유언대로 소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큰 아들 몫은 절반이니 18마리 중 소 9마리(18÷2)를, 둘째 아들은 3분의 1인 소 6마리(18 ÷ 3 )를 갖고, 막내아들은 9분의 1인 소 2마리(18÷9)를 갖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나누어 주었는데 총 17마리를 나눠주게 되어 오히려 한 마리가 남게 되었습니다. (9+6+2=17 )

“남은 1마리는 원래 주인인 내가 가져가겠네” 어진이의 ‘묘수’에 세 아들은 무릎을 쳤습니다.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었고 아버지가 유언한 자기 몫들 보다 더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묘수를 다른 말로 ‘포지티브섬 전략’이라 합니다. 상호 호혜를 기본으로 하는 포지티브섬은 상호 이익을 누리는 전략입니다. 물론 ‘꼼수’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긴급상황일 때는 꼼수를 써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절대 선과 절대 악으로 나뉘는 대상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대표적인 꼼수가 바로 재난지원금입니다. 재난지원금은 1회성의 단기적 꼼수입니다. 정치적 결정에 기재부에서는 끝까지 거부하다 어쩔 수 없이 국민 100% 대상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13조 4천억을 지출하고도 국민소득에는 01.6배 즉, 2조 6천억 정도밖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지출입니다. 더구나 3차 추경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실제 경제위기나 실업이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이나 내년에는 사용할 재정이 바닥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끝까지 기재부에서 반대했던 이유라고 봅니다. 대안 없이 급한 마음에 사용한 전략이니 지금 지원되는 13조 4천억 원의 재난지원금은 꼼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예산과 국고손실이라는 대가가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재난지원금 지급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급한 상황에서는 나중 생각지 않고 추진한 것을 비난할 필요가 없습니다. 꼼수도 가끔은 필요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경제 위기에 더 이상의 꼼수는 쓸 재원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위 유언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현자의 묘수가 필요로 합니다. 지금부터 지혜를 모아 이 묘수를 찾아낸다면 분명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보건복지관료들이 기업들에게 빠른 허가를 약속하고 테스트 기기를 만들도록 요청한 것이 대한민국이 코로나 19를 슬기롭게 넘어가게 한 묘수였다고 합니다. 이번 경제위기에도 정부 관료들은 국민의 아이디어를 모아 묘수를 찾아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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