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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브리 Jan 14. 2021

‘안다행’, 더 독해져도 됩니다

MBC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 리뷰

2020년 하반기, 성공적인 파일럿 방송을 시작으로 MBC 평일 예능 라인업에 새롭게 등장한 프로그램이 있다.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파일럿 방송 당시, ‘두 친구를 대자연 속 극한의 상황에 던져 넣어 오랜 우정을 시험대에 올려보겠다’는 설정이 꽤나 신선했다. 그런데, 공식 편성 이후의 방송에서는 기대했던 만큼의 발칙한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야생 생존기냐 우정 여행기냐, 그것이 문제로다


<안싸우면 다행이야>가 출연자들에게 제시하는 핵심 미션은 자연인과 함께하는 리얼 야생에서의 자급자족 라이프다. 그러나 지금까지 방영된 회차만 두고 보자면 ‘안다행’은 야생 생존기와 우정 여행 사이에서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만약 ‘안다행’이 담고자 하는 야생이 소위 ‘병만 족장’이나 ‘베어 그릴스’가 떠오르는 낯설고 혹독한 환경이었다면, 우정으로 무엇이든 극복해낼 수 있다는 서사가 조금 더 설득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의 ‘안다행’속 야생은 시청자의 눈에는 생각보다 생존하기(?) 수월해 보이는 공간이라 매력이 덜하다. 아주 화려한 모양새는 아니지만 단출하고 멀끔하게 차려진 가옥 옆에는 장작 더미가 충분히 쌓여 있고, 식탁 위에 가짓수가 꽤 되는 반찬을 두고 즐거운 식사를 즐기는 풍경을 과연 극한 야생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게다가 ‘안다행’에는 매 회차 자연인이라고 칭해지는 확실한 안내자가 존재한다. 출연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둘만 덩그러니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급자족하는 삶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자연인이 가르쳐주는 대로 잘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그려진다. 때문에 출연진의 행동이 생존을 위한 노동이라기보다는 눈요기를 위한 일일 체험에 가까워 보여 출연자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극한의 환경 속에서 생활해본다는 설정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물론, 편집된 방송분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출연자들이 생각보다 쉽게 먹을 것을 구하고 여유를 즐기는 것처럼 보여도 자연 속에서 편히 놀고먹은 건 결코 아니었을 거다. 그렇다면 출연자들의 시행착오는 보다 확실히 부각하고,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 하나하나가 얼마나 고생스럽게 얻은 결과물인지를 더 강하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겠다.


덧붙여, 프로그램의 배경으로 깊은 산골을 택한 것 자체에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두 출연자가 지금껏 쌓아온 추억의 시간이 얼마나 길고 특별한지를 강조하고자 했다면 그들의 역사가 묻어 있는 공간을 활용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낯선 야생에서의 하루는 출연진 사이의 래포(rapport)를 강조하는 데에는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소재였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MBC
이미지 출처: MBC



더 찰진 앙숙 케미가 필요해!


두 출연자가 서로 돕고, 의지하는 아름다운 그림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했지만, 역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우정을 재확인하며 훈훈하게 끝나는 결말에 반전은 없었다. 흥미로운 제목을 보고 싸움 구경하러 찾아왔는데, 사이가 너무 좋으니 오히려 김이 샌다.


파일럿 방송 당시의 이영표X안정환 듀오가 떠오른다. ‘싸가지 없는 형’과 ‘제일 잘하는 게 형 까는 일인 동생’이 만나 만들어내는 케미가 참신했었다. 워낙 막역한 사이다 보니 서로의 단점만 쏙쏙 골라 트집을 잡아가며 아웅다웅하다가 소리 지르며 성질을 부리기도 하는 모습이 밉지 않았고,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정규 편성에서도 그와 같은 ‘마라맛’ 에피소드가 등장하기를 기대했는데, 지금까지 방영된 회차들은 이전의 화끈한 매력을 싹 빼버린 ‘순한맛’에 가깝게 느껴졌다. 이제는 ‘안다행’이 좀 더 자극적인 캐스팅으로 인지도를 높일 때인 것 같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연예계 공식 라이벌들의 유치한 신경전이나 피를 나눈 형제자매 연예인 사이의 피 튀기는 혈투는 어떨까? <무한도전> 홍철 vs 하하, <전지적 참견 시점> 고은아 vs 미르, <나혼자산다> 유노윤호 vs 최강창민의 뒤를 잇는 새로운 앙숙 콤비가 ‘안다행’에서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이미치 출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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