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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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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피원 Jan 14. 2021

밥의 민족이 떠나는 언택트 쌀 여행

다큐플렉스 '백종원의 동방미로' 편

한국인은 ‘밥의 민족’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정도냐면...     


혼날 때 : 너 밥도 없을 줄 알어!

작업 걸 때 : 저랑 밥 한 번 드실래요?

고마울 때 : 야 진짜 고맙다. 나중에 밥 한 끼 찐하게 사줄게

안부 물어볼 때 : 밥은 먹고 지내냐?

한국인이 행복할 때 : 밥 맛있게 먹었을 때

아플 때 : 밥은 꼭 먹으라고 함          


보다시피 ‘밥’은 이렇게 우리 일상 전반에 걸쳐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쌀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밥상을 지켜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12월 17일과 12월 24일, 총 2주에 걸쳐 방송된 MBC 다큐플렉스 ‘백종원의 동방미로’ 편에서 ‘쌀에 대한 재발견’을 다뤄 주었다.        



동방미로 편은 ‘백종원과 함께 떠나는 아시아 쌀 음식 여행’을 주제로 하는데, 나처럼 백종원이라는 인물이 나와서 음식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시청자에겐 굉장히 적합한 내용이었다. 백종원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걸맞게 쌀과 관련된 음식 소개가 많이 등장했는데 한국도 한국이지만 캄보디아, 베트남, 일본 등 주변국들의 쌀 요리 역시 여러 개 소개되어 더 흥미로웠다. 백종원이 직접 요리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냥 ‘교양있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 흥미를 느낄만한 것들을 최대한 집약해서 만들고자 한 게 느껴지는 구성이었다.                



쌀이 생산되는 과정과 쌀밥을 짓는 방법이 소개된 것도 신선했다. ‘음식’에 집중한 내용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쌀’이라는 대상 자체에 집중을 한 부분이 많이 보였다. 그러다 보니 쌀을 단순히 음식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부의 상징으로 보는 관점도 보여줌으로써 재미를 더할 수 있었다. 다큐플렉스 동방미로 편에 따르면 쌀은 곧 돈이고 권력이었다. 서민들에게 쌀은 먹는 것이라기보단 바치는 것에 가까웠는데, 1년 내내 농사지은 쌀을 고위층에게 바치고 나면 남는 것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와중에 적게 남은 쌀을 나름대로 맛있게 먹고자 하는 마음에서 탄생한 요리가 비빔밥이고, 장터국밥이다. 장터국밥은 특히 빠르게 식사를 해결하고 일터로 가야 하는 서민들의 일상이 녹아 있는 음식으로, 한국 최초의 ‘패스트푸드’라고 불러도 될 정도라는 것이다.                  



캄보디아의 대표 서민 음식인 ‘보보’도 마찬가지다. 이 음식은 밥 한 끼도 먹기 힘들었던 시절, 수용소에서 배급됐던 음식이었다. 그릇에 있는 물을 따라내면 사실 밥은 2숟가락도 채 들어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적은 양을 10명이 나눠 먹어야 했는데, 나름대로 맛있게 먹는 법을 찾다 보니 결국 현재는 다양한 고명과 함께 재탄생돼 캄보디아의 인기 메뉴가 되었다. 실제로 어릴 적 수용소에 갇혔다가 지금은 보보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의 사례가 소개됐는데, 보보를 자신의 인생에 빗대어 설명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2편을 끝까지 보고 나니 쌀에 대한 영상을 봤다기보단 하나의 역사서를 완독한 기분이 들었다. 쌀이라는 굉장히 일상적이고 작은 식자재가 아시아권 국가들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음식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것이 놀라웠다. 영상을 보기 전 그냥 쌀로 만든 각국의 음식을 소개해주는 다큐멘터리이겠거니 지레짐작했던 것을 반성하게 될 정도였다. 캐스팅, 소재, 영상미까지 두루두루 인상적이어서 앞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더불어, 원래 밀가루 음식을 즐겨 먹는 편이지만 오늘만은 흰 쌀밥을 먹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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