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를 만지며 내 인생도 달라졌다

피부관리사가 된 운명 같은 시작

by 다온홍쌤

2000년, 둘째 딸을 낳았을 때 나는 군인가족으로 살고 있었다.
남편은 육군 대위였고, 그 시절 우리 가족은 그의 월급만으로 살아야 했다.
하지만 두 딸을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너무나 힘들었다.

그 시절은 아이들에게 뭐든지 가르치고 싶은 마음에 엄마들이 ‘한글나라’, ‘아기나라’, ‘가베’, ‘은물’ 같은
조기교육에 많은 신경을 쓰던 때였다.
나 역시 내 아이들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군인의 월급으로 그런 교육을 시키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나는 무슨 일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신문과 잡지를 뒤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무언가를 찾고 또 찾았다.
그렇게 이것저것 알아보는 내 모습을 보며 친정 엄마는 가슴이 답답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엄마가 내게 말했다.

“아이들은 내가 봐줄 테니까, 너 어릴 때 배웠던 피부관리라도 시작해 보지 그러니?”

엄마의 말은 별로 큰 기대도, 확신도 없는 소박한 권유였지만,

내 마음엔 작지만 분명한 희망의 씨앗이 심겼다.
그렇게 나는 피부관리라는 직업과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처음 피부관리를 시작했을 때는 정말 아이들 유치원 비 정도만 보탤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인생은 때론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처음엔 그저 소소한 생계를 위한 일이었는데, 내 손끝으로 누군가의 피부를 만지고,
그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모습을 보는 일이 생각보다 참 좋았다.

손님들이 “고맙습니다”, “덕분에 좋아졌어요”라는 말을 할 때마다 내 마음은 점점 더 충만해졌고,
나는 이 일에 깊이 빠져들었다.
아이들은 조금씩 풍족하게 자랐고, 내가 바라던 교육들도 마음껏 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었다.


남편은 여전히 군인이었고, 우리는 주말부부의 삶을 살아야 했다.
내가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며 바빠질수록 남편의 곁에서 내조를 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어쩌면 군인가족이라는 특성상,

그는 늘 자신의 아내가 곁에서 자신을 지지하고 보살피길 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손님들과의 약속, 가게 운영이라는 현실적인 책임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내가 피부관리실 원장으로서 성공을 꿈꾸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수록,

남편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우리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고, 그 벽은 결국 서로에게 건널 수 없는 강이 되어버렸다.

결국 남편은 그런 내 삶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우리는 헤어지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결정이 옳았는지 가끔 생각해보곤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피부를 만지며 나는 다시 피어났다는 것이다.
그 선택 덕분에 내 두 딸은 남부럽지 않게 자랐고, 나는 이 일을 통해 나 자신을 조금씩 찾아갔다.

삶은 그런 것 같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또 무언가를 놓아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 시절 내 삶의 무게와 외로움이 때론 아팠지만,

나는 분명 피부를 만지며 나의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었다.

피부를 만지며, 내 인생은 달라졌다.

그 시절 나에게, 그리고 그 시절의 선택에 지금은 조용히 감사하고 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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