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전진하여 상승하다

by 작은길벗 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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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만든 사람은 정말 천재다.

계단의 목적은 수직이동이다.
높은 곳에 이르기 위함이다.

계단이 생기기 전에, 높은 곳에 이르기 위한 방법으로는 밧줄이나, 사다리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런 건, 수직으로 힘을 쓰도록 체격, 체중, 근골격이 형성되지 않은 인간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이동 방법이다.

인간들은 다람쥐나 원숭이처럼, 줄과 가지들을 잡고서 수직운동을 빨리 해 낼 수 없다.
인간은 수평이동이 더 자연스럽다.

계단을 만든 천재는 수직이동을 마치 수평이동을 하듯이, 공간을 재배치했다.

수직운동으로 이동해야 할 공간을 여러 개로 분할한 다음에, 그걸 수평으로 쫘악 펼쳐 놓았다.
인간은 그 천재 덕분에 목표로 하던 높은 지점에 이를 수 있다.

이 천재가 고안한 수직이동 방법에 구체적 원리는 이러하다.

수직이동을 하지만 마치 수평이동을 하는 것처럼 체험 공식을 바꾼다.
계단을 걷는 인간은 수직이동을 한다고 거의 느끼지 못한다. 평소보다 좀 더 힘들기는 하지만, 평소 그가 해온 것과 거의 같은 이동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 인간이 평소 수행해 오던 운동방식은 상승의 방식이 아니라 전진의 방식이다.
올라간다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나아가다 보면 결국 올라가게 되어 있다.)

한 번에 한 지점씩 이동하게 한다.
(물론 두 지점씩 이동해도 되긴 하는데 좀 부자연스럽고 위험하기도 한다)

도달점을 보면서 걷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발을 보면서 걷는다. 남의 발을 보면서 걸으면 위험하다.

위험할 때 의지하거나 기대어 잠시 쉴 수 있도록 난간을 만들어 준다.

계단은 공간을 쪼갰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쪼개서 생각한 것이다.
사다리나 밧줄을 이용해 단숨에 오르라면 힘 있고 능력 있는 사람, 요령이 있는 사람만 단숨에 오를 것이고, 노인이나 연약한 사람, 특히 근지구력이 부족한 사람은 단번에 잘 오르지 못하고 포기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계단은, 시간을 쪼개서 한 번에 한 힘만 써도 조금씩 나아갈 수가 있고, 한 번에 하나씩만 나아가도 올라가도록 해 놓았다. 또 힘에 부치면 거기 잠시 가만히 서 있어도 된다. 그건 시간을 잘라 두어서 그럴 수 있는 것이다.

계단을 만든 사람도 천재지만,
이 원리를 체화해서 알고, 묵묵히 자기의 발을 살펴보며 앞으로 전진하는 사람들도 참 대단들 하다.

그들은 익숙한 방식으로 계속 하나씩 나아가다가, 결국 첨에 목표로 삼은 그 곳에 도달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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