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3시 | 제주 4.3 평화공원 행방불명인 표석
허리 굽은 할머니가 한 손에는 지팡이, 한 손에는 까만 봉지를 들고 가족들의 비석을 찾고 있다. ‘분명 이곳인데 이곳인데..’ 비석을 찾아드리니, 잠시 후 또 다른 가족의 비석을 찾아 나선다.
으레 4월 3일이면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늦은 꽃샘추위가 매서웠다. 추념식이 열리는 4.3 평화공원에 안개가 자욱했었는데 이번처럼 맑은 날씨에 열린 적은 드물었다.
날씨가 좋아 다행이라 생각됐다. 하지만 아니었다.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뜨거운 볕 아래 땀범벅이 되어 가족의 비석을 찾아 헤매는 어르신들을 보고 있자니 그 좋은 날씨가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4·3의 영령들은 지금 이렇게 추념식을 열어 애도를 표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애도에만 머물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현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