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인도를 쓰다

01 2018년 그리고 2026년의 인도

by DAPLS 이혜령

2018년 12월.

이번에야 말로 인도를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인도로 가겠다고 말하자 사람들은 물었다.


'왜 하필 인도야'

'위험하지 않겠어?'

'또 그런(?) 곳이야?'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둔 곳이었다. 언젠가는 가게 될 거라고, 막연하게 미뤄두었던 여행지. 버킷리스트에는 늘 인도 여행이 있었다. 인도를 떠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동경 때문이든, 삶의 방향을 되묻기 위해서든. 분명한 건 휴양지를 찾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결의 선택이라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쉽게 떠나지 못했다.

인도는 누군가에게는 인생 최고의 여행지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늘 극단적인 평가 속에 존재했다. 하지만 나의 망설임은 그런 막연한 두려움과는 조금 달랐다.


일에서 도망가듯 떠나는 여행지가 인도라니... 방글라데시에서의 시간이 떠올랐다. 그곳에서 나는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세계가 얼마나 좁았는지 마주해야 했다. 익숙함은 더 이상 기준이 되지 않았고, 나는 종종 철저한 이방인으로 존재했다.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이해가 아니었음을 배웠다. 그래서 인도는 늘 다음으로 미뤄졌고, 그 자리는 다른 여행지들이 대신 채웠다.


12월 초에 떠날 생각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 때문에 여행은 계속 미뤄졌다. 밀린 일 때문에 여행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더 미루면 떠나지 못할 것 같았다. 결국 아무 계획도 없이 항공권부터 예매했다. 일단 목적지는 첸나이, 출발 일은 열흘 후였다.


여행은 나쁘지 않았다. 그곳에서만 가능한 순간들이 있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들도 있었다. 다만 여행의 끝으로 갈수록 몸과 마음은 조금씩 지쳐갔다. 마지막을 떠올리면, 좋았던 기억들 사이로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씁쓸함이 함께 남아 있다.


특히 여행의 처음과 마지막을 보낸 첸나이에서 철저히 이방인이 되었다. 누군가는 조용히 친절을 베풀었지만, 누군가는 집요하게 다가왔다. 편견 없이 바라보자고 다짐했지만, 한시도 긴장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 긴장 속에서 많은 것들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인도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충분히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 여행이 좋았다고 말하기에는 마지막의 감정이 선명했고, 힘들었다고 말하기에는 그곳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2026년 1월

지난주 인도 여행에서 돌아왔다. 6년 전과 같은 계절, 비슷한 경로였다.


오늘, 우연히 그때의 메모를 발견했다 여행의 시작과 끝만 메모된 채 많은 것들은 비어 있었다. 마무리되지 못한 글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 있었고, 그때의 감정과 기억들이 조용히 떠올랐다. 이해하지 못한 순간들, 서둘러 지나쳐버린 수많은 장면들, 그리고 미처 준비되지 않았던 나 자신과 함께.


여전히 나는 인도를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그때의 시간들을 조금 다른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기록은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 아니라, 오래전 멈춰 있던 여행의 다음 문장에 가깝다. 이제야 비로소 그 여행의 기록을 다시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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