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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Mar 07. 2019

세계 여성의 날 넷플릭스 추천 영화 - 남아시아 편

영화로 남아시아 사회 읽기 | 여성인권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 1위. (2018, 톰슨 로이터재단)
전 세계 자살 여성 10명 중 4명은 인도인
남성 대비 여성 인구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 (2011)      


악명 높은 인도의 여성인권 문제

2012년 인도 델리에서 여대생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사망한 사건 이후 인도는 전 세계인으로부터 ‘강간 왕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더불어 인도 여성 안전문제와 성폭행 문제가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인도에서의 여성인권은 전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기 시작한다. ‘강간 왕국’이라는 오명에는 과한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도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하게 나타나고 있는 성차별로 인해 여성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을 것 같다.


물론 과거에 비해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현재 법률상으로는 여성의 지위가 상당히 높아졌다. 하지만 오랜 관습으로 굳어진 여성차별적인 사회적 관행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인도 여성의 실제 지위는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신부가 결혼지참금을 준비하는 ‘다우리’나 생리 중인 여성을 격리하는 ‘차우파디’(네팔)는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여전히 이 관습들은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악습으로 인해 여성의 삶이 억압받는 사례는 얼마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성들은 여전히 관습 혹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명예 살인, 여성 할례, 신부 불태우기, 염산 테러, 집단 강간, 가정 폭력 등 여성을 향한 온갖 유형의 테러를 당하며 지금도 학대당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오랜 시간동안 이어온 엄격한 카스트 제도와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여성의 성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고, 중세시대에 머물러 있는 전통적인 여성상이 여전히 강요되고 있다. 이러한 여성 억압적인 사회적 관행들로 인해 여성은 다양한 방식으로 억압되고 실질적인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가부장제라는 이름으로 이어져온 그 억압의 역사 속에서 여성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활동과 참여 자체가 배제되고 무시되어 왔다. 이러한 심각한 범죄들뿐만 아니라, 교육기회와 경제권의 박탈, 불리한 사회 진출의 기회 등 성차별과 불평등으로 인해 여성의 생명을 더 일찍 앗아가기도 한다. (노벨수상자이자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아마티아 센은 성 불평등으로 인해 1억 명의 여성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왜곡된 여성성과 여자다움을 강요받는 발리우드 여주인공 ⓒ분노의 여신들


사회적 발언에 동참하는 발리우드

전 세계를 휩쓴 미투의 바람은 인도에도 불었다. 발리우드의 배우들 역시 미투 운동에 참여했다. 여성 혐오와 차별적인 규정, 성 고정관념,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성범죄와 성범죄 피해자에 가해지는 2차 가해 등을 현실을 고발하며 맞섰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권리 신장을 주장하는 외침은 여성경시 풍조가 만연한 인도에서 강하게 공격받았다. '전통을 위태롭게 한다', '종교를 부정하고 모욕한다', '남성을 공격하고 남성 혐오를 조장한다',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이미 성평등은 이루어졌다', '오히려 남성들이 역차별당하고 있다', '엘리트 여성만을 위한 이야기다', '인도의 사정을 반영하지 못한 띈 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식의 익숙한 주장으로 여권 신장 운동의 발목을 잡았다.


기존의 발리우드는 아미르 칸과 샤룩 칸과 살만 칸의 3대 칸으로 불리는 인도 슈퍼스타가 이끌어가는 영화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별 내용이 없더라도 특별한 능력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 악당을 흡씬 혼내주고 사랑을 쟁취하는 식의 스토리로, 영화 속에서는 여성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러 왔다. 오히려 성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키는 데 앞장서왔던 발리우드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발리우드는 인도의 불평등한 사회구조, 빈곤 문제 등 그 속에서 2중, 3중으로 고통받는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를 쏟아내며,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흐름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한다. 다양한 성범죄와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고, 봉건적인 카스트제도와 관습으로 억압되어 있는 여성의 삶을 영화는 그대로 반영했다. 명예나 명성을 위해 숨기기보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직설적이면서 계몽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사람들의 변화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보조적인 역할에만 머물던 여자 주인공들은 남자 주인공 없이 영화를 이끌어나가기도 하고, 거침없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발언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여성의 삶은 끔찍하고 짜증 났다. 하지만 결국에는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되어 특유의 통쾌함이 있었다. 뻔한 스토리지만 해피엔딩의 따뜻한 결말, 복잡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고, 계몽적인 메시지로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인도 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나치게 사회적인 메시지에 집중하다는 비판도 있긴 하다.)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길었던 여성에 대한 억압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늘날 남녀는 평등하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여성 비하 문화나 여성 혐오발언 등 낮은 여성인권 인식과 성범죄 문제는 비단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배경만 인도로 하고 있을 뿐, 영화의 메시지는 인도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안다.


함께 분노하고 여성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인도영화를 소개한다.



<당갈> (2016)

“남자든 여자든 금메달은 금메달인데!”

당갈은 힌디어로 레슬링이라는 뜻의 단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2010년 영연방 경기 대회에서 인도 여성 레슬러 최초로 메달을 획득한 두 자매와 이들을 선수로 키워낸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레슬링을 할 수 없다는 성고정 관념과 성차별 등 사회의 차별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는 내용이다.


여성인권을 다뤘지만, 논란도 많았다. 이 영화에서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자신이 못 이룬 꿈을 딸들에게 강압적으로 강요하는 아버지 아래, 여 주인공들은 여전히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그 역시 성고정 관념과 세대 간 갈등 등 인도의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적 숨겨진 장치로 인도 내 여성 권리 신장 및 인식 개선에 기여했다는 옹호적인 해석도 많다. 논란과 더불어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지만 즐겁고 가볍게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반복해서 '당갈 당갈~'을 외치는 이 영화의 OST는 중독성이 강해 오래도록 입과 머릿속에 머물 것이다.

"내일 전략은 한 가지뿐이야. 사람들이 널 기억나게 하는 방식으로 싸우는 거야. 금메달을 따면 넌 귀감이 되겠지. 그리고 그런 귀감이 되면 잊히지 않아. 내일 이기면 너 혼자 이기는 게 아냐. 수백만 여자애들이 너와 함께 이기는 거다. 그건 모든 여자들의 승리야. 남자보다 열등 시 당하고, 가사 노동을 강제로 하고, 자식을 낳기 위해 시집보내지는 여자들 말이다. 내일 시합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내일 넌 호주 선수뿐 아니라 여자를 하찮게 보는 모든 사람과 싸우기 때문이다."         




<핑크> 2016

인도의 성폭행 문제를 다룬 법정 스릴러물로,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살인 미수 혐의로 부당하게 재판을 받게 되자 은퇴한 변호사가 성범죄에 관대한 인도의 문화에 반기를 들고 피해자를 돕기 위해 나선다.


인도의 성범죄는 이미 악명이 높다. 성범죄를 당하더라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 속에 피해자는 혼자 속앓이만 할 뿐 신고는 엄두도 못낸다. 신고를 하더라도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를 처신을 잘못한 여자로 손가락질하거나 조사과정에서 제2차 피해를 입는 경우도 다반사다. 영화는 성폭력 문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는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편견, 성차별에 대해 직면하며 돌직구를 날린다.



<분노의 여신들> (2015)

현대 인도 여성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로, 주인공 프리다는 그의 깜짝 결혼 소식을 알리기 위해 인도 각지에 흩어진 친한 친구들을 모은다. 가부장적인 인도 사회에서 꿈이 꺾여버린 친구, 전문가로서 성공한 여성이지만, 수없이 편견과 부딪혀야만 하는 친구 등 다양한 여성의 삶을 통해 인도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성 고정관념, 불평등, 봉건적인 결혼제도, 성범죄와 같은 여성 문제를 담았다.



<마리 콤>(2014)

스포츠와 실제 인물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인도 최초 여성 복서이자 스포츠 스타인 마리 콤에 대한 이야기다. 마리 콤은 인도에서도 차별받는 북부 지역의 마니푸르* 출신의 소수민족이자, 가난한 농부의 딸로 남성 중심 사회의 압박과 차별을 맞서 복싱 챔피언의 길에 도전한다.

아버지의 반대, 빈곤, 사회적 편견과 차별, 부패한 인도 복싱협회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마리 콤은 3번이나 챔피언을 차지한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다음부터다.


*마니푸르는 미얀마와 접해 있는 인도 동북부 작은 변방의 주로,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분리주의자의 게릴라 투쟁과 종족 분쟁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곳이다. 2015년 인도 정부는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반군 단체와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60여 년에 걸친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여전히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소니>(2018)

힘없는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인도의 델리, 불같은 성격의 경찰 소니는 번번이 소동을 일으킨다. 일상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성추행과 캣콜링 문제를 끊임없이 고발하는 영화다.




인도의 영화에는 오랜 시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오고 있는 관습과 편견, 종교와 카스트 제도의 모순을 그린 영화가 많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신분과 지역, 성별에 대한 차별 받는 여성이 자주 등장한다. 남편의 외도로 점점 시들어가다 제대로 된 항의 한 번 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골 출신의 젊은 아내가 등장하는 <뭄바이 다이어리:도비 가트> (2010)나 엄격한 도덕적 잣대와 편견으로 비극을 겪는 주인공을 그린 <마사안>(2015) 등이 그 예이다.


여성의 인권이 꼭 영화의 주요 메시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적 차별과 선입견으로 인해 2~3중으로 겪고 있는 고통받고 있는 인도 여성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거의 모든 영화는 페미니즘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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