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3시 |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고
지난밤 강한 비바람을 몰고 온 태풍 마이삭이 휩쓸고 간 제주와 남부지역 곳곳에서 피해 소식이 들려왔다. 태풍과 태풍급 비바람이 잦은 제주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태풍은 익숙한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요즘은 바람 소리에 예전처럼 초연하게 넘기질 못하겠다. 지난밤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바람소리에 심장이 미친 듯이 반응했다. 금방이라도 모든 창을 다 부수고 집안으로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다음 주 마이삭보다 더 센 태풍이 온다고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잦은 태풍과 코로나... 최근 우리가 겪는 어려움의 원인이 환경 파괴에 있다는 데 동의하지만, 정작 우리의 삶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은 거 같다. 코로나로 인해 일회용 마스크를 비롯한 일회용품 사용이 늘었고 기후 위기로 인해 더 자주 태풍이 발생하지만, 우리는 더 자주 에어컨을 켜고 에너지를 소비한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노력해야겠지만, 그 위기를 근본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모든 것을 품는다고 하여 엄마의 품 같은 자연이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이제 이런 말을 거부해야 한다.
"자연이 관대하다는 생각은 우리의 이기적인 소망일 뿐이다. 자연은 관대하지 않다. 우리가 한 행동은 반드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