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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리의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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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Oct 05. 2020

비밀의 숲

우리의 3시 | 땅과 가까워지기

잘못 들어왔나 싶어 돌아가야 하나 고민할 때쯤 정상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이 나타나 포기하지 않고 완등 할 수 있었다.

제멋대로 우거진 풀, 금방이라도 길을 잃어도 이상할 게 없는 좁다란 길, 태풍에 쓰러진 듯한 나무.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다듬어야 할 길, 치워야 할 죽은 나무, 관리가 안 된 오름일 수 있지만, 자연에서는 죽은 나무도 쓰임이 있다. 숲은 보이지 않지만 살아있는 커다란 생명체였고, 나는 수많은 생명이 살아있는 비밀의 숲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다듬어지지 않고 우거진 숲은 경이로웠지만, 방심하면 길을 잃기도 쉬울 것 같아 두렵기도 했다. 자연이 아름다울 거라는 것도 결국은 편견이다. 그리고 찐 자연 속에서 내 체력은 너무도 초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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