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
인도네시아가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된 건 영국인 언어학자가 이름을 붙인 19세기부터다. 동인도 제도를 지칭하는 '인도스 Indos'와 섬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네소스 nesos'를 합성해 만든 '인도양의 섬들'이라는 의미를 담은 ‘인도네시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 현지인들은 ‘누산따라 Nusantara’라고 불렀는데, 이는 ‘많은 섬들’이라는 의미다.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인도네시아는 적도를 끼고 동서로 수마트라섬에서 뉴기니섬까지 크고 작은 1만 7천여 개의 '많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놀랍게도 인도네시아가 섬이 가장 많은 나라는 아니라고 한다!! 섬이 가장 많은 국가는 스웨덴이며, 그다음으로는 노르웨이, 핀란드, 캐나다, 미국 그리고 6번째가 인도네시아다.).
그중 가장 큰 섬들에 속하는 수마트라, 자바, 깔리만딴(보르네오), 술라웨시, 파푸아, 뉴기니 등은 섬 하나의 면적이 웬만한 국가의 영토면적보다 크다. 인도네시아는 크기뿐 아니라 동에서 서로, 북에서 남으로 넓은 지역에 펼쳐져 있어 지역별로 날씨나 환경이 크게 달라 어디를 방문하느냐에 따라 인도네시아에 대한 경험은 다를 수밖에 없다. 자연환경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고유한 자신들만의 문화를 지키고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섬이라는 지리적인 조건 덕분에 오랜 세월 동안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보존할 수 있었다.
코모도왕도마뱀의 서식지인 코모도 국립공원, 오랑우탄과 수마트라 호랑이와 같은 멸종위기동식물의 보금자리인 수마트라 열대 우림 등 태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자연환경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는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 쁘람바난 힌두 사원, 발리의 문화경관 등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자랑하는 찬란한 문화 유적으로 전 세계 수많은 인류학자와 생태ㆍ지질학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학자들뿐이 아니다. 발리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는 다른 도시들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여행지로서의 인도네시아의 매력에 수많은 여행자들이 인도네시아를 찾는다. 이색적인 문화체험과 다양한 레저체험, 역사 기행, 불가사의한 유적지 탐방, 다크투어, 한 달 살기, 디지털 노마드, 미술여행, 요가여행, 미식여행, 커피여행 등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떤 여행을 원하든 모든 여행이 가능하다! 그래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여행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야 하는 곳이다. 여행을 하면서도 '왜 이제야 왔을까' 후회하고 '다음엔 무얼 해야지'라며 다음 여행을 계획하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여행지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헤맸지만, 인도네시아로 여행지가 정해지자 위시리스트가 끝없이 늘어만 갔다. 발리 한 달 살기에서 자바섬 횡단이 추가되었지만, 수마트라의 열대우림 여행과 커피 농장 탐방, 숨바 섬의 숨 막히는 자연경관, 술라웨시 또라자의 독특한 전통문화... 관심 있는 것들을 지도에 찍고 하고 싶은 것들을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여행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자바섬과 발리까지만!!
자카르타에서 반둥, 족자, 솔로, 말랑, 수라바야까지는 기차나 버스를 타고 수라바야에서 발리, 다시 자카르타로 돌아올 때에는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교통수단과 도시별로 꼭 하고 싶은 것 한 가지씩만 정했다. 예를 들면 자카르타에서는 근현대사의 흔적을 따라가는 역사여행, 반둥에선 미술여행, 족자에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여행, 솔로에서는 친구와 시간 보내기, 말랑에서는 브로모 화산투어, 수라바야에서는 중국음식 먹기, 발리에서는 공연 보기 등이다. 이외에도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그때그때 상황 그리고 우연에 맡기기로 했다.
자카르타에서 시작해서 자바섬을 횡단하고 발리를 보고 다시 자카르타로 돌아오는 여정으로 한 달. 길다면 길 수도 있지만, 수많은 인도네시아의 매력을 경험하기엔 한 없이 짧은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 인도네시아와의 인연이 이제부터 시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