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고 싶은 대로 Nov 14. 2022

모르는 척 하기엔 당신이 쓰여서...

울고 있는 동료를 보았을 때

언젠가 화장실에서 혼자 울고 있는 동료와 마주친 적이 있다. 순간이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었고, 아는 척을 해야 할지, 그냥 모르는 척해줘야 맞는 건지. 간섭도 참견도 오지랖 같고 위로랍시고 몇 마디 잘못 건네면 꼰대라 오해받을 것만 같아 못 본 척 지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울고 있는 동료를 놔두고 밖으로 나왔지만 계속 마음이 쓰였다.


친한 동료가 아니기에 아는 척을 하는 게 더 조심스러웠고, 이미 퇴근 시간을 한참 지난 늦은 시간인 것도 신경 쓰였다. 배가 고팠고,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짐을 챙겨 퇴근을 하려다가 낮에 본 몇 가지 그녀를 힘들게 했을 것 같은 일들이 떠올라서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카톡을 보냈다.


"못 본 척하는 게 맞는 거 같지만 그래도 마음이 쓰여서요. 혹시 차 한잔 할래요?"


그녀는 별일 아니라고 괜찮다고 답했지만 그래도 티 타임은 좋다고 했다. 이미 퇴근 시간을 한참 지난 시간이었기 때문에  짐을 챙겨서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내려가서 동료를 기다렸다.


나는 그녀가 자리에 앉자마자 가볍게 최근 나의 힘들었던 감정들을 쿠키처럼 부스럭부스럭 꺼내놓았다. 왜 울었는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냥 편하게 얘기를 꺼낼 수 있게 최신 트렌드처럼 나의  비교적 가벼운 힘듬에 대해 말했다. 사실 왜 울었는지 말 안 해주어도 괜찮다 생각했다. 그냥 그 감정이 무엇이든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몇 분 정도 떠들었더니 그녀도 가볍게 마음을 털어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세세하게 말하지 않았기에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사소한 실수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별일 아닌 일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바보 같아 보일 때, 남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내가 나를 용서하기 힘들 때. 그런 날에는 자신에게 화가 나서 눈물이 치민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도 종종 그럴 때가 있었다. 남들은 인식하지 못했거나 혹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실수들을 남발하게 되었을 때, 나는  자신을 너무나 미워하고 한심스러워했다. 이것 하나도 제대로 못하다니. 참을성도 없고, 배포도 없고, 남들은 다 잘만 하는데 왜 나만 이렇게 잘하는 게 없는지. 남들과 비교하며 나를 깎아내리면서 나는 스스로 할퀴고 상처 입고 약해져 가고 있었다.


나의 최대의 적은 나였다. 아침에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어 지각을 한 것도 내가 더 미리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탓했고, 업무 메일에 오타가 난 것도, 선배가 한 농담에 대꾸도 못하고 어버버 한 나의 모습도, 오늘까지 마치겠다고 계획했던 일을 다른 급한 일들 때문에 다 마치지 못했을 때도, 스스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도 나는 나에게 낮은 점수를 주고 속으로 나무랐다.


매일 실수를 달고 살면서도, 심지어 상사에게 자주 이유 모를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금방 감정이 회복되는 사람이 있다. 퇴근 후 맥주 한 잔으로 털어버리거나, 친한 동료와 험담을 하며 털거나, 혹은 건강하게 운동으로 풀어버리는 사람들. 나는 늘 그런 사람들이 부러웠다. 내가 이토록 나에게 관대하지 못한 까닭은 타인에게 듣게 될 싫은 소리, 꾸중, 잔소리, 부정적인 피드백 등등 나를 평가하는 시선에 너무 집중하기 때문이다.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서 내가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격이다. 오늘도 나는 하루 종일 몇 번이나 속으로 나를 나무랐던가.


나는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조언이랍시고 고작 스스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져 보라는 말을 해주었다. 나도 아직 해내지 못한 일. 아직도 하루하루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가 두려워 나를 괴롭히면서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하는 내가 또 싫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집으로 오면서도 나는 셀프 평가에서 또 낮은 점수를 줬다. 그나마 힘든 동료를 모른 척 지나치지 않은 일은 좋은 점수를 줬다.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녀에게서 고맙다는 카톡을 받았다. 나는 답장으로 앞으로 서로 힘들 때 품앗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도 그녀도 쉽게 변하지 않을 테고 우리는 또 스스로를 벌주고 홀로 화장실에서 눈물 흘릴 수 있다. 언젠가 눈물이 치밀 때, 나도 그녀도 우리도 내내 혼자가 아니길.


지쳐있는, 울고 있는 누군가에게 마음이 쓰일 때, 그럴 땐 모르는 척하지 않기!

 





작가의 이전글 내일의 출근이 두려운 너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