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알러지가 있는 어른도 있습니다
공부를 곧잘 하는 편이었다. 머리가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하기 싫은 걸 꾸역꾸역 붙들고 있는 것'은 잘했다. 그런 내가 너무나도 싫어하는 과목이 있었으니... 바로 수학이다.
수학을 공부하며 처음 난관에 봉착했던 건 '음수'의 개념을 이해하는 거였다. 3에다가 -5를 하면 -2가 된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었다. 이때부터 나의 수학 고난이 예정되어 있던 것일까...
그 뒤에는 작도며, 이등변삼각형이나 육면체, 각도, 소금물 농도 문제, 친구랑 운동장을 반대 방향에서 돌다가 만나는 문제(하필이면 한 명은 자전거를 타고, 한 명은 걸어가는 등 둘의 시속이 다른 게 포인트) 다 너무 싫었다. 행렬이니, 함수니 삼각함수니 하는 것들도 마찬가지.
그나마 흥미를 느꼈던 건 '확률과 통계'였다. 여러 색깔의 공이 들어있는 상자에서 공 두 개를 뽑을 때 같은 공을 뽑을 확률이니, 토너먼트니 리그전이니 하는 것들은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지만 사인, 코사인, 탄젠트는 내 일상이랑은 큰 관련이 없어 보였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요즘처럼 문과에 대한 인식, 문과 졸업생에 대한 대우가 나쁘지 않았었다. 특히 여학생들은 문과에 많이 갔다. 게다가 나는 수학을 싫어했기에 '수 2'까지 공부할 자신이 없었고, 자연스레 진로가 문과로 정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 공부는 꼭 해야만 했고,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수학 점수를 잘 받는 것이 중요했다(당연히 국영수 다 잘해야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었으니). 난 늘 수학이 약했고, 수학에 사실상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해야만 하니까' 억지로 공부를 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수능 때도 최상위는 아니지만, 좋은 점수를 얻었고, 괜찮은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입 이후에도 공부를 오래 했지만, 그래도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수학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다(경제학과나 통계학과에 진학하지 않은 게 다행!).
수능 이후에 오랜 기간 공부를 했고, 중요한 시험도 많이 치렀지만, 지금까지 가장 스트레스를 주었던 과목은 수학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수학 공부를 손에 놓은 지 십수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악몽으로 수학 관련 꿈을 꾸곤 한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 두 개를 벗어나지 않는다.
1) 다음 날이 수학 시험인데, 시험 대비를 위해 공부 중인 상황. 교재를 폈는데 전혀 모르는 내용이 써져 있음(다른 과목에 열중하느라 공부가 안 되어 있는 듯?). 시험을 망칠 것 같아서 너무 불안함
2) 수학 시험을 보는 중이고 시험을 치르는 상황. 시간은 자꾸 흐르는데 문제가 안 풀리고 시험을 망칠 것 같아서 괴로움
어린 나는, 그리고 꿈을 꾸고 있는 현재의 나는, 왜 이렇게 시험을 망치는 게 두려운지 모르겠다(모범생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인 걸까...).
그래도 최근에는 수학 시험 치르는 꿈을 한동안 꾸지 않았으니 이제는 수학의 트라우마를 극복을 했나도 싶다. 내가 이런 고생을 했으니, 내 아이만큼은 수학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