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홍차왕자> 그리고 얼그레이 티
오래전, 중학생 때였을까. <홍차왕자>라는 제목의 일본 만화책을 재미있게 봤다. 홍차 왕자, 홍차 공주들이 나오는 만화였는데 꽤 귀여웠던 걸로 기억한다. 일본의 고등학생들이 홍차 동호회를 만들어서 함께 홍차를 마시던 중, 은스푼으로 홍차를 저었는데 홍차에서 자그마한 홍차왕자들이 튀어나와서 주인공들과 함께 지내는 이야기였다. '얼그레이'니, '아쌈'이니, '다즐링'이니, '오렌지페코'니 하는 홍차 이름들을 그 만화책을 보고 처음 접했었다.
그 만화책을 보고 나서는 홍차가 조금은 친숙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대학생 때는 학교 근처에 꽤 전문적인 홍차 카페가 있었어서 가끔씩 들르곤 했었다. 약간 어둑어둑하고 포근한 인테리어, 찻잎이 담긴 작은 유리병이 있어서 시향을 할 수 있었던 게 기억난다.
요즘따라 부쩍 홍차가 더 좋아졌다. 향긋해서 좋고, 커피보다는 카페인이 적어서 좀 더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점도 좋다(나는 카페인에 꽤 예민한 편이라 커피를 마시고 나면 이뇨작용이 활발해져 화장실에 계속 들락거리게 된다).
오늘 마신 얼그레이(Earl Grey)는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기본적인 홍차인 듯하다. 가향차로서, 발효한 찻잎에 베르가모트(bergamot) 오일을 가미해서 만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베르가모트란 무엇인가! 구글에 쳤더니 쪼글쪼글한 오렌지가 나왔다.
오호라...! 얼그레이를 많이 마셨지만 오렌지 느낌이 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알고 보니 티백에 쓰여있는 영어, 'A full bodied black tea with citrus and floral notes'가 달리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