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이야기

누군가에겐 숙제, 누군가에겐 문제

by Le Studio Bleu
길 위에서 본 할머니와 손녀

결혼을 앞둔 90년대생 한 아이가 연락이 왔다.

지방에서 올라가 서울이란 동네에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랑 결혼 앞둔 아해.


결혼하니 뭐가 좋으니라 물으니 첫 대답이

내가 회사 그만둬도 남편이라는 안전판이 있어서’ 라고 한다.


‘재개발 지구로 선정된 시아버지 될 분의 명의로 된 집에 현재 세입자로 들어가 있고, 결혼하면 집에 대한 지분이 생긴다’ 가 둘째 대답.


더하여 부동산에 능한 시부모님 코치에 따라 결혼하면 양 쪽으로 아파트 청약 넣을 거고, 될 때까지 혼인신고는 않을 거라고 했다.


남편 될 사람 보면 가슴은 뛰니? 라는 질문에

그딴 건 없어진 지 오래...

그냥 의리로 사는 거래.


다 그렇게 사는 거 아니냐는데,

흠, 겨우 연애 2년 만에?


이 대목에선 남편 될 사람이 조금 불쌍해졌다.


결혼하고 앞으로 뭐할 거니? 하고 물으니,

중소기업 다니는 남편 될 사람 회사가

갑자기 대기업이 될 일은 없으니,

그냥 지금처럼 이렇게 살다가 늙어 죽을 거 같다는데, 집값에 모든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선택의 문제지만,

애는 안 낳을 거고 누군가가 강요하면 이혼도 각오한다고 한다


음...

내가 낡은 건가?

요즘은 다 그런 걸까?


그나저나 이런 걸 보면

서울 집값은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예비 시부모라는 사람들이

아들의 여자 친구 명의까지 동원해서 재개발지 찾아다니며, 기본 세네 채씩 갭 투자를 하고 있으니...


그러면서 자신들처럼 약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마저 가진다. 더 많은 집을 가지기 위해 정작 결혼식을 해도 법적으론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




수업 가는 길에

손녀와 함께 내려가는 할머니를 보았다.


이제 저런 풍경들도 점점 사라지겠지.

그래도 난 저런 풍경이 좋다.


그리고,

운 좋게도 내 주변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서로 마주보며 즐겁게 결혼생활 하시는

많은 커플들도 있다.


( 요즘 행복한 결혼생활 비결에 대한 관찰을 유심히

하곤한다. 어떻하면 저렇게 잘 살수 있을까?


아직 장가 못간 노총각이 이런 고민 하는게,

내가 생각해도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 )



언젠가 강신주 선생님 강연에서 들은 말,


“우리 모두가 강남 집값이

하늘 높이 오르는 상황을 비판하면서도,


비판하는 사람들도 강남 건물주가 되기를 원하지,

제도가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하던 길 위의 철학자도

결국 청자들의 한계를 알아버린 느낌이랄지...


서점, 도서관 서가에는 재테크란 이름에

부동산, 주식 투자 책들이 가득하다.


마치 시대에 파도를 타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러니깐 너희가 뒤떨어지는 거야, 바보들아.’

라고 외치는 것 같다.


먼 나라 독일에선 20만 채의 주택을

공유화하는 행정안으로 논쟁 중이라고 한다.



앞으로 진행이 어떻게 되든 이 문제를,


개인이 풀어야 할 ‘숙제’ 가 아닌,

모두가 해결해야 할 ‘문제’ 라고 보는


그들의 시각이 대단해 보인다.

여의도에선 이정도 배짱이나 있을까?


저금리 시대에 투자해서 기회를 잡으라는

많은 현자들의 조언을 비난하고픈 생각은 없다.


아해 말 맞다나 ‘다들 그렇게 사는 세상’ 이니까.


다만 그들의 전략적 행동이 가져온 결과인,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으로 이래저래 피해 보는 사람들에겐 조금의 미안함이라도 표시하면 좋았으련만.


수도권 부동산 불패 논리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냥 재미있을 뿐이다.

이 롤러코스트가 얼마나 진행될지,

어떤 사람들이 울고 웃을지 ~


가을이왔다.

뜨거운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