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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버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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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키 Oct 17. 2018

R.D.P 특강

보스턴에서 온 교수는 유쾌했다. 두 시간 내내 물조차 마시지 않았지만 끊김이 없었고, 강연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의 사인 공세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줬다. 강연도 괜찮. 그는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로 비틀스의 노래를 사례로 들 정도로 유머러스한 사람이면서도(예전에 왔던 J.F도 재밌긴 했지만, 이 영감님은 그보다 훨씬 더 발랄하다!), 다논쟁적이고 공격적일 수 있을 주장을 확신에 찬 채 펼쳤다. 계단을 이리저리 오가면서 들은 그의 강연은 사실 큰 깨달음을 줄만큼 어마어마한 건 아니었지만 그의 언어와 생각들이 주는 효과만큼은 꽤나 강렬해서, 그렇기에 그가 저런 명성을 얻을 수 있었겠구나란 생각을 들게 했다. (다만 여전히, 소수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바꿔낼 수 있을 것이란 그의 확신에 찬 기대엔 아직도 물음표가 남는다. 그의 말처럼, 아마도 강연을 들은 모두에게 남겨진 숙제와도 같은 일일 것이다. )


아마 다시는 오지 않을 만찬 참석 기회는 스스로 포기했다. 옆에 있던 동갑내기 선배는 왜 더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냐고 묻는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놓친 기회의 기회비용이 사실은 무진장 큰 것도 사실. 다만 그 굵직굵직한 교수님들의 틈바구니 내에서, 밥을 코로 먹었더라면 영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만 이 폐쇄적인 성격만큼은 고쳐야겠다는, 그런 반성은 오늘도 조용히 마음 한구석에 남긴다.

사실 무엇보다도 남아있는 두 개의 발제가, 마음의 짐이다. 그러니 숙제도 공부도 항상 미리미리.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도.


언제나 어렵고 힘든 공부지만 그래도 이 길에 뛰어든 것이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왕왕 있다. 오늘 같은 날이 그렇게 손 꼽을 수 있는 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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