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꿔왔던 '세계의 끝'은
행복하게 웃음 짓는 사람들로 가득한
시끄러운 관광지였다.
세계의 끝에 서면 뭔가 인생의 해답이 나올 것 같단
근거 없는 희망이 전부 무너졌다.
밥도 사람도 감정도 지겨워지는 여행의 끝무렵.
사람에 치여 지긋지긋하단 생각을 하면서도
그럼에도 얄궂게도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던 것도
그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봤을 때였다.
다르지만 같은 사람들.
나라고 별반 다를 게 없을 터.
꿈꿔왔던 일탈마저 더 이상 해답이 아닌 걸
깨달은 순간은 그렇게 다소 허무하게 찾아왔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어쩔 수 없이 악착같이 살아남아야겠다는,
영영 이해받지 못할지라도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며 버텨야겠다는
그런 생각들이 물결치다 지워졌다.
끝은 끝이 아니었다.
시작이었다.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으니
싸울 수밖에.
살 수밖에.
'세계의 끝'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