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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키 Feb 17. 2020

여기가 나의 세계의 끝이었다

리스본 2일 차

꿈꿔왔던 '세계의 끝'은

행복하게 웃음 짓는 사람들로 가득한

시끄러운 관광지였다.


세계의 끝에 서면 뭔가 인생의 해답이 나올 것 같단

근거 없는 희망이 전부 무너졌다.


밥도 사람도 감정도 지겨워지는 여행의 끝무렵.

사람에 치여 지긋지긋하단 생각을 하면서도

그럼에도 얄궂게도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던 것도

그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봤을 때였다.


다르지만 같은 사람들.

나라고 별반 다를 게 없을 터.


꿈꿔왔던 일탈마저 더 이상 해답이 아닌 걸

깨달은 순간은 그렇게 다소 허무하게 찾아왔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어쩔 수 없이 악착같이 살아남아야겠다는,

영영 이해받지 못할지라도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내며 버텨야겠다는

그런 생각들이 물결치다 지워졌다.


끝은 끝이 아니었다.

시작이었다.


더 이상 도망칠 곳도 없으니

싸울 수밖에.

살 수밖에.


'세계의 끝'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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