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임금님들의 도시

[서평] 토드 A. 헨리, 서울, 권력 도시

by 디아키

지배세력은 자신의 욕망을 건축과 도시에 투영하고 피지배층이 이에 따르길 바라지만, (항상 바람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과 자신의 삶의 욕망에 우선적으로 충실할 뿐이다. 재미를 좇는 사람들의 모습에 항상 닭 쫓던 개 같은 꼴이 되곤 했던 제국주의 정부의 모습은 멀리서 봐도 까이서 봐도 희극.


다만 그럼에도 뚫고 들어가는 시간의 낙수는 생각보다 강하다는 건 잊지 말아야. 가랑비에도 옷은 젖으니. (그런 점에서 이광수는 다시 봐도 정말 악랄하다.)


핵심은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화무십일홍 너머로 언제나 꿈틀거리는 '그것.' 그걸 잘 짚었기에 저자는 민족주의적 틀 없이도 결국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일제의 '계몽'이 얼마나 덧없는 시도였는지를 도시와 공간의 역사를 짚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그는 더 나아가 민족주의와 반공이란 다른 껍데기를 썼을 뿐 결국은 같은 방식을 택했던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들의 욕망까지도 (상대적으로 근거는 약하지만)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 묘사의 설명력은

아직까지도 유효 듯싶다.


사족 : 진지한데 웃기다. 건조하고 냉철하게 쓴 설명을 읽을 뿐인데 실소가 터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