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평소의 짧은 주저리를 넘어선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대체로 하늘이 무너질 때까지 하늘이 무너지는 것을 걱정하는 성격이지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이 시대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유지되리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시간을 새삼스레 살고 있기 때문이다. (3년차의 삐딱함이 극에 달했다.) 그런 의미에서, 약 5주 간의 파견기간 동안 겪게 될 경험은 앞으로 다시 재연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쓴다.
지각할 뻔했고, 출근길에 동기 누나를 만났지만, 늦진 않았다.
그렇게 어찌어찌 새로운 5주간의 일상이 시작됐다.
스포츠를 모르는 사람이 스포츠 관련된 일을 맡게 되었다.
모든 시작이 그러하듯, 일단은 잡일부터.
파견은 대체로 타의에 의해 이루어진다. 나 역시 그랬다. 그렇기에 아무런 생각과 기대와 준비 없이 업무에 임하기 시작했다. 대체로 파견자의 경우 원 소속 부서와 파견 대상 소속 부서 두 곳 모두에 속하지만, 동시에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신분이기에 어떤 면에선 굉장히 자유롭다. 애석하게도 아직까지도 막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나는, 그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에도 아직 소속된 팀의 행정 업무(티는 안 나지만, 계속해서 시간을 쏟아야만 하는, 그런 단순노동)를 처리하며 강제로 이식된 팀의 공기를 맛본다. 공식적인 설명과, 비공식적인 설명이 이어지고, 비공식적 설명 기간에 나는 사회인이자 노동자로서 내 직무에 요구받는 '역할'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됐다. 업무의 본령, 생각하고 기획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 그 일을 좇아 돌아왔지만, 어느 순간 놓아버린 채 톱니바퀴로 전락해버린 성실한 '막내'가 잃어버린 반짝거림.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일에 대한 이야기와, 다가오는 거대한 파도로 인해 익숙한 적막을 깨고 기이할 만큼 꿈틀되며 살아 움직이는 어떠한 조직을 마주하게 되자, 마냥 그 제안과 고민들을 외면할 수만은 없게 돼 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바쁘지 않았을 것이 예상되는 팀은 큰 행사를 앞두고 있기에 굉장히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명이 하루에 3~4개 이상의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며, 그와 동시에 출장을 준비한다. 예정된 출국자들은, 그렇게 누군가가 자신의 일을 대신하리라는 믿음 아래 그가 떠나도 그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도록 사전 업무들을 세팅한다. 친절한 이들이지만 여유가 없어진 그들은, 커피 주문을 대신 부탁하고도 그 자리에 결국 내려오지 못한다. 그런 일의 물결 앞에서, 나는 오늘은 (어떤 면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옷들을 분류하고, 상자를 쌓았으며, 이를 다른 부서로 나르는 과정에 함께했다. 그 옷들을 입은 이들의 사진이 다양한 곳에 걸리고, 그 옷을 입고 나눈 대화들이 전파를 타고 흐를 것이다. 대중은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로 이벤트를 접하게 될 테지만, 나는 그 와중에 떼지 못한 태그에 남겨진 옷값을 생각한다. 그건, 보이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이곳에도 저곳에도 속한 이가 아니다. 그렇기에 많은 선배들이 권하고 예상하듯, 반투명의 부유하는 인형처럼 그곳에 머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욕심을 전혀 내지 않으려고 한 곳에서의 일이, 생각보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기에, 뿌리칠 수가 없다. 아마도 제대로 된 일은 결국엔 못하게 될 테지만(그들의 본업은 한낱 파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도 뭔가를 하긴 하려고 하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영상을 보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계속 더 봐야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며 유튜브를 끈다.
그리고,
19년도에 들었던 음악들을 다시 켜 듣기 시작한다.
전자음이 많이 섞였던 여름날의 음악들.
지금 쓰기엔 너무 촌스럽지 않은가... 란 생각이 들지만, 난 이 이상의 음악들을 잘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