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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키 May 07. 2023

이야기는 끝나도 끝나지 않아서

[에필로그] 묻지 않아도 남기고 싶어 남기는 제작 후기

보통은 하나의 이야기를 끝내고 나면 비교적 차분하게 이야기를 마음속에서 정리하는 편이다. 깊게 빠져들수록 쉽사리 못 빠져나오는 걸 몇 번의 경험 끝에 깨닫고 난 뒤, 웬만하면 성실한 관찰자로 남으려 노력하고 있다. 가끔 근황이 궁금해 그 후 남은 일상을 상상해 보고는 하지만 그 이상 들어가려고는 잘 하지 않는다.


요 몇 주간은 그런 원래의 원칙을 지키지 못한 채 질척 질척하게 살고 있다. 먼저 연락을 하거나 아는 체를 할 용기는 없는 주제에, 부러 경기를 찾아서 보고 TV로까지 연결해 가며 보면서 응원한다. 차라리 티라도 나면 좋으련만, 내적 친밀감만 가득 쌓인 채로 매듭을 지은 이야기를 못내 아쉬워한다. 이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사실 이제는 몇 남지 않아서 애써 숨기려고 노력은 해보고 있지만, 기회가 닿으면 그 감정을 숨기질 못한다. 예상 못한 타이밍에 온 카톡에 바삐 답하며 돌아다니면서도 흥분해서 떠들고 있는 나에게 동생은 그렇구나 정도의 맞장구는 쳐주고, 약간 기가 찬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아버지는 그래도 평소와 달리 채널을 돌리는 대신 경기를 같이 봐주며 질문 정도는 해준다. 사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 이상은 나도 부담.


새삼스레 한 이야기의 끝이 절대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한다. 공은 둥글기에 계속해서 열심히 구를 것이고, 아이들은 울고 웃고 화내고 춤을 추며 계속 땀 흘려 운동을 할 것이다. 느지막이 올라간 유튜브 영상은 기대보단 많이 조회수가 올랐음에도 모두가 볼 만큼 빠르게 올라가진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지란 느낌으로 스스로를 달래고 있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 이야기는 잘 만든 타임캡슐 같아서, 언젠가 알맞은 때와 시간을 만나면 내내 다시 피어오르지 않을까란 작은 기대를 한다. 그때가 오면 나는 잊힌 채이겠지만, 내가 만든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 안에서나마 변하지 않고 그때의 모습으로 영영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될 때에 만날 지금 만든 이야기에 부끄러움은 이야기를 끝낸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없다. 그럼 된 게 아닐까.


부지런히 다시 현실로 돌아가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할 일도 많고, 앞으로 만들 이야기도 많다. 그럼에도 이렇게 마음에 오래 남는 이야기가 내게 하나쯤은 있어서 좋다. 이토록 시리면서도 동시에 몽글몽글한 마음이, 사람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때가 되면 다시 목포에 가야겠다. 느긋하게 바닷바람을 맞으며 멍 때리고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Pm7lPgjlA6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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