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꽤 힘들었다. 뭔가 미래를 꿈꾸기에 상황과 환경은 점점 어려워졌고, 괜히 비뚤어진 탓에 일에 대한 열정을 잃은 걸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스레 여기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틀어진 마음 때문에 몇 달째 혼자 속앓이를 하면서도, 고민만 깊어져 쓸데없는 허세와 위악만 늘어버린 것은 덤. 설상가상으로 집안일로 신경 쓸 일까지 덜컥 늘어가니 몸이 편한 것에 비해 쓸데없이 예민해졌다. 마음에 붙어버린 '군살'로 점점 가라앉고 있는 걸 혼자만 몰랐나 보다. 살이 찐 나 자신을 싫어하듯, 마음이 망가진 나 자신에 대한 혐오가 생각보다 커져가고 있었다. 평화로운 척했지만, 전혀 평화롭지 못했다.
그러다 선배가 만든 걸 보면서, 울컥울컥 하는 나 자신을 보다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지켜가는 일이라는 걸. 그 외의 부차적인 것들은, 할 수 없다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본질을 지켜내야 한다. 울컥했던 건, 선배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걸 지켜내면서도, 지금 이 순간에 외면받지만 해야만 할 이야기를 그에 맞는 방식으로 새롭지만 분명하게 전하려고 하는 게 느껴졌기 때문. 다시 태어나 천재가 될 수 없고 인생이 쉬울 수 없다면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서라도 싸워야 하지 않을까. 너무 지레 쉽게 포기해 버린 나 자신이 밉고 섭섭해서, 야밤에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나서야 마음이 가라앉았다.
포르르 불타서 하얀 재가 날리듯 가볍지만 치열하게 살 방법을 찾아야겠다. 여전히 생각은 지나치게 많고 서툰 감정들을 다룰 줄을 몰라서 한동안 더 힘들겠지만, 그게 내 정체성이니 안고 살아가야지. 무얼 정말로 좋아하는지를,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 돌아본다.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는 고르고 선택을 해서 나만의 확신을 쌓아가는 게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이 무서워졌지만, 그만큼 더 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