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좋은 일로 형들을 만나고 헤어졌던 날, 커피를 마시며 여러 얘기가 나왔지만 돌아가면서 내내 곱씹었던 얘기는 미래에 대한 얘기였다. 이직과 새로운 업무 시작, 파견 등 여러 갈래로 나눠 살고 있는 현재와 미래를 얘기하다 문득 나의 지금에 대해 생각해 봤다.
점점 확신이 줄고 신념이 흔들리는 시간 속에 살고 있기에 요즘 들어 부쩍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나 자신을 그려보는 일이 늘었다. 딱히 답이 보이지 않지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늙어가는 나 자신도 납득이 되진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하나, 진짜 기술을 뭘 하나 새로 배워야 하나란 생각까지 하다, 다시 돌아오기도 여러 날. 부쩍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하나란 생각이 드는 것도, 마음이 콩밭에 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평생 꿈꿨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데 이 일을 하며 늙어가는 나 자신이 점점 희미해지면 어찌해야 하나. 아직도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데도 막상 그 환상이 깨졌을 때 돌아오는 후폭풍이 점점 버거워진다. 쉴수록 생각이 많아지기에 미친 사람처럼 집안일을 하고 밤이 오면 걸어 다닌다. 몸은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한데 마음이 그렇지 못한 아이러니. 불완전연소가 문제인가, 여전히 고민만 많은 밤들의 연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