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전> 이후 오랜만에 다시 자기만의 장편 호흡으로 돌아온 감독 장훈의 <택시운전사>는, 뻔한 듯 뻔하지 않은 화법을 보여준다. 5.18을 촬영한 독일 기자의 이야기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배경으로 짜인 영화는, 끝내 밝혀지지 않은 택시 운전사 ‘김사복’(송강호 분)을 오롯이 자신의 상상으로 재구성할 수밖에 없다. 그의 가족사, 그의 성격, 그가 봤던 풍경 속에서 그가 느꼈을 감정, 그의 이야기는 모두 가공된 것이다. 한국 영화적 클리셰로 빠지기 쉬운 영화는,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대신 직접 보여줌으로써 그 경계를 벗어나려고 시도한다.
영화로써 <택시운전사>가 갖는 강점은 마치 현장에 직접 있는 듯한 관찰자의 시점으로 그려진 5.18 현장의 모습을 그려내는 기록 영화적 성격에 있다. 영화는, 2000년대 이후 나온 5.18 관련 영화 중 가장 적나라하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현장을 재현한다. 이야기를 매끄럽게 하기 위한 인물들의 서사가 배치되지만, 그걸 거둬내고도 보이는 ‘현실’은 충격적이다. 기자의 카메라 속에 담기는 화면들은, 실제의 그것을 극화하는 대신 모방한다. 피가 튀고, 몽둥이에 얻어맞고, 피투성이가 된 채 질질 끌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5.18 현장인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모여서 구호를 외치고, 환호하고, 축제하듯 함께 했던 모습 뒤로 펼쳐지는 폭력은, 보색 대비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감정의 과잉을 자제하려고 시도하는 영화지만, 극적 재미를 위해 추가된 장면들의 경우 서사성 측면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조금은 뜬금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추격씬의 경우, 의도된 효과에도 불구 작위적인 인상을 지워내지 못한다. 비극적 장면 전에 펼쳐지는 훈훈한 장면들은 마치 전쟁터 한가운데서 약혼녀의 사진을 꺼내는 전우의 예고된 비극과 같이 뻔하게 느껴진다. 5.18과 함께 중요한 두 개의 축으로 여겨지는 가족애란 장치는, 다소 군더더기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절대 악으로 그려지는 군 사령부의 모습과 양심을 가진 소대장의 대비는 어색하고, 악랄하기엔 너무 허접한 사복 군인들의 행보엔 실소가 나온다. 극을 이끄는 개개별 배우들의 연기는 좋지만, 이를 완벽한 조합으로 평가하기엔 짜인 판이 2% 부족한 느낌이다.
<택시운전사>는 그렇기에 복합적인 층위의 이야기들이 한 곳에 뒤섞인 듯한 느낌을 준다. 단순하게 짜인 플롯은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되진 않지만,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현장의 풍경은 관객으로 하여금 비극에 몰입하게 만들지만, 때론 이야기가 그 몰입을 방해하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과잉될 법한 감정은 적절히 절제되고 통제되지만, 인물에게 완벽히 몰입하는 데에는 진입장벽이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5.18을 직접 ‘느끼게 하는’ 장치로써 <택시운전사>가 갖는 힘은 작지 않다는 점이다. 영화가 ‘담담’할수록 현실은 더 아프게 느껴진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