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붙은 건지, '잘못' 붙은 건지는 아모른직다.
대학 시절, 나는 정말 토씨 하나 틀림없는 어중이떠중이 중 하나였다.
인서울 4년제를 졸업하긴 하였으나 성적은 3점대 중반, 그동안 한 것이라고는 아르바이트와 대외활동 몇 개.
끝.
아, 과내 공모전에서 3등 상 받은 것 하나 정도 있다.
졸업반일 때는 앱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과가 프로그래밍과여서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어 참여했던 건데, 개발자로 직무를 결정한 게 아니라서 솔직히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긴 했다.
그럼 대학 시절 무얼 했는가?
기를 쓰고 수강신청에 성공해 매년 주 3일제로 학교를 다녔고, 나머지 4일은 집 밖으로 나가질 않았다.
집에서는 잠을 자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만 했다.
시험 기간에는 공부를 좀 하긴 했지만 별다른 외부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대인 관계도 함께 박살이 나버렸다. (따라 하지 마세요.)
부모님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나에게 있어 대학교는 전국 각지에서 오는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사귀고, 미래를 위한 준비이자 발판이 아닌, 돈 내고 학사 증서 발급해 주는 곳이 되어버렸다.
취업 준비의 시작.
그렇게 허망하게 4년, 휴학을 포함하여 5년을 내다 버리고 대학 졸업을 한 것치곤 자기 객관화는 뚜렷한 편이었다.
내가 대기업 임원이었어도 나 같은 걸 뽑을 리가 없었다.
토익 900점에 인턴십 경험에 어학연수 경험에 학점 4점 이상인 친구들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래서 신입을 채용한다는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제출했다.
저격총이 아닌 소총을 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 발이라도 맞으라는 심산이니까.
그래도 나름 글 쓰는 데에는 소질이 쬐끔 있긴 했는지, 이력서를 4-50군데를 넣고 면접 제의를 14군데 정도에서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 회사 일이라는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지만, 길게 풀어쓴 자소서에서 나름의 진정성이 그들에게 닿았던 듯싶다.
문제는 말 하는 능력이 젬병이었어서 면접에서 대거 탈락되었지만, 일단은 넘어가자.
그날도 오전에 면접 하나, 오후에 면접 하나가 예정되어 있었다.
오전 면접을 끝내고 오후 면접을 위해 근처 카페에서 다이어리를 쓰고 있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뭔 스팸전화인가 싶어 무시할까 하다가 'hoxy..?'하는 얄팍한 생각에 전화를 받았다.
발신처는 이틀인가 3일 전에 면접을 본 회사였고, 같이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내용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준 생활을 시작한지 두 달 만이었다.
취준생에게 이보다 더 기쁜 단어가 있을까.
나는 예정되어 있던 오후 면접장에 전화를 걸어 불참에 대해 이야기했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렸다.
저거 어떻게 될는지 걱정하시던 부모님도 꽤나 마음을 놓으셨고, 잘 다녀보라고 격려도 해주셨다.
작은 중소기업에 신입이었던 만큼, 당시 내 연봉은 2200인가 2400으로 책정되었다.
하지만 신臣에게는 아직 부모님이라는 비빌 언덕이 있었기에-
일단 뽑아줬으니 열심히 다니고, 1-2년 빠짝 잘 배워서 나를 보다 업그레이드시켜 훨씬 더 높은 연봉을 주는 회사로 이직하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그러나 그 땐 몰랐다.
내가 이 회사를 무려 5년을 넘게 다니게 될 줄은.
그리고, 사람은, 절대로,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