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뭐 해야 돼요?

나도 몰?루

by 지은

입사일은 꽤 빠르게 정해졌다.

전화를 받은 날 다음 주 수요일이었던가?

취준생이라 읽고 백수였기에, 내일 당장..은 좀 그렇고, 언제든 빠르게 출근은 가능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쏜살같이 지나고 발을 들이게 된 첫 직장.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정거장 수 자체는 7 정거장 밖에 안 되는, 집에서 직선거리로는 굉장히 가까운 곳이었다.


주 3일제이던 날은 사라졌다.

나는 이제 주말과 공휴일 이외에는 쉴 수 없는 몸이 된 것이다.



출근 시간에 맞춰 사무실에 두둥등장하였으나 면접관이었던 나의 상사들은 아직 출근 전.

몇 명 밖에 없는 한산한 사무실 입구에 덩그러니 남겨져 눈알만 굴리고 있었는데, 사무실 가장 안쪽 자리에 계시던 개발자 한 분께서 나를 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세팅된 컴퓨터 전원을 켜 일단 사내 메신저, 크롬 브라우저, 그리고 카카오톡 등 필수적인 프로그램부터 설치를 시작하고 있을 때, 상사A께서 도착하셨다.

상사A는 인트라넷과 CMS 가입, 나스 사용법 등 사내 시스템에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알려주셨다.

그다음으로 내가 받은 업무 지시는, 이제 사이트를 보는 것이었다.

관리하고 작업하는 뜻의 보는 게 아닌, 진짜 Just See의 보라는 의미로.


여기 들어가 보고 저기 들어가 보고, 무슨 기능인지 눌러도 보고 있을 때, 또 다른 상사B가 출근하셨다.

엄밀히 따지면 상사B가 직속에 선임이긴 한데, 애초에 팀 내 인원이 많지 않아 상사A로부터도 업무 지시를 받게 될 예정이었다.


그렇게 대략 세 시간 정도 사이트를 둘러보고 있으니 점심시간이 되어, 다 함께 부대찌개를 먹으러 갔다.

부대찌개를 싫어하지는 않는데, 솔직하게 얘기해 맛은 그냥 그랬었다..

그치만 일단 신입 왔다고 사주시는 것이니 맛있는 척 열심히 먹었다.


그렇게 자리로 돌아와서 내가 한 일은 오전에 한 일(사이트 See 하기)을 이어서 하는 것이었다.

보면서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셨지만..

너무 열심히들 일하고 계셔서 물어보기 힘들다는 사실은 아마 모르셨을 거다.

(그래도 혹시 사회초년생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눈치 보지 말고 그냥 아묻따 하고 물어보는 걸 권장한다.)



그렇게 8시간 근무 기준 약 6.5시간 정도를 사이트만 둘러보고 퇴근 시간이 되었다.

와중에 어디서 들은 건 많아 가지고, 받은 일도 딱히 없으면서 정시 퇴근하는 건 또 괜스레 눈치가 보였다.

그렇게 고대-로 가만히 앉아 사이트를 보게 된 지 약 7시간째가 되어갈 때 퇴근해 보라는 전갈을 받았다.

살짝 긴장하고 군기든 것 마냥 "앗, 넵!" 하고 조용히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모니터만 바라본 나의 첫 출근이 끝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게 회사 일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에서나 친자매가 일하는 걸 보면 뭔가 맡은 바가 확실히 있고, 바쁘게 사는 것 같았는데 나는 한가하다 못해 너무 지루했다.

먼저 "할 일이 없을까요?"라고 물어볼 수도 있지 않았겠냐- 하겠지만,

사실 아는 게 있어야 물어도 보는 거지,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는 할 일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조차 힘들다.


하지만 이 것은 사회초년생이 생각한 크나큰 착각이었으니...

이때를 가장 소중히 여겼어야 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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