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방에 꽉꽉 들어찬 물건들에 어느 순간 숨이 막혀 미니멀리즘을 시작하게 되었다. 동시에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돈을 모으려는 속셈도 있었다. 쓸데 없는 물건을 안 사면 자연스레 돈이 모일테니. 하지만 앞서 내 자신을 미니멀리스트 ‘호소인’이라고 소개한 바 있듯이, 이 생활을 완벽히 지키지는 못 하고 있다. 그래도 작심삼일보다는 조금 나은 케이스이지 않을까- 하고 항상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기준’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였다. 필요 없는 물건은 사지 않겠다면서, “이거 잘 쓰면 굉장히 유용할 것 같은데, 필요하겠지?” 하면서 사버린 것도 없잖아 있으니. 그래놓고 잘 쓰면 다행이다. 사놓고 쓰질 않아서 문제다.
그래서 2026년이 시작된지도 벌써 열흘이 더 넘게 지났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기준을 다시 세워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기준을 세우기 위해 도서 《돈이 쌓이는 집, 돈이 새는 집》의 도움을 받았다. 미니멀한 생활도 지속하고, 겸사겸사 돈도 쌓고 말이다.
내가 원하는 미니멀리즘 생활이란 내 집에는 정말 필요한 물건들만 구비하여 내 생활 반경을 더 넓게 사용하는 것이다. 빈 공간은 언제나 필요하다. 가령 일을 하고 있는데 노트에 뭔가를 적을 상황이 생겼을 때, 데스크가 너저분해서 공책 하나 필 공간이 없다든지. 또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데 잡다한 주방용품이 많아 요리 공간이 부족하다든지. 집에서 홈트를 좀 해볼까 하는데 거실 바닥에 물건이 너무 많아 요가매트를 필 수 없다든지. 이런 상황에서는 언제나 ‘불편함’, 그리고 ‘불쾌함’을 느낀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여,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별다른 방해 없이 바로 하고 싶었다.
사실, 가장 명쾌한 해답은 있다. 맥시멀리스트로 살아도 별 무리가 없을 만큼 크고 넓은 집을 가지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각각의 공간 바운더리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돈이 쌓이는 집, 돈이 새는 집》의 저자는 지금 당장 집에서 도둑들을 내쫓으라고 한다. 이 좁디 좁은 방에 무슨 도둑이 들었겠냐 싶겠지만, 바로 시간 도둑, 공간 도둑, 노력 도둑이다.
1. 시간 도둑
물건을 찾느라 허비하는 시간.
집 안이 물건으로 가득 차 있어 필요한 물건을 제때 찾지 못하고 허둥대며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도둑이다. 과거 신혼집으로 이사 오기 전, 방에 있는 서랍이란 서랍에 온갖 물건들을 때려박은 터라 물건 하나 꺼내기까지 꽤나 고생한 여력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위치를 잊지 않았다는 점 정도일까.
나에게 가장 영향력이 적은 도둑이기도 하다. 물건의 위치도 98% 알고 있고, 물건 가지수도 많이 줄여서 꺼내기도 쉽다. 사실은 집 자체가 작아서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2. 공간 도둑
평당 3,000만 원짜리 집에 산다면, 3평짜리 방에 쌓인 물건은 1억 원 가까이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
나에게 굉장히 큰 충격을 준 대목이었다. 천정부지로 뛴 집값에 내집 마련의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데, 월세나 전세로라도 어렵게 구한 집의 일부분을 허공에 버리고 있던 것이다. 물론 그 공간에 적절한 가구나 물건이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잡동사니를 쌓아 놓고 방치하고 있다면, 이건 정당한 지불이 아닌 ’낭비‘가 되는 셈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역시 나에게 있어서는 영향력이 큰 도둑은 아니다. 애초에 집이 작다 보니 많은 물건을 넣을 수도 없을 뿐더러, 우선은 공간의 위치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이 자리해 있다. 하지만 항상 공간도 곧 비용임을 염두에 두고, 물건을 들일 때는 신중을 가해야 할 것이다.
3. 노력 도둑
물건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의 비용.
미처 인지하지 못 하고 있던 일상 속의 불편함, 번거로움에 쓰는 시간과 에너지 역시 도둑이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이 노력 도둑이 가장 문제인데, 이 도둑은 옷장에 숨어 있다. 내가 최대한 물건을 줄이면서도 가장 어렵고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옷이었다. 일반적인 물건들은 잘 쓰지 않는다는 기준이 명확해 쉽게 버릴 수가 있는데, 이상하게 옷은 버리기가 힘들다.
분명히 상의는 상의대로 지금도 충분히 잘 입을 수가 있고, 하의도 하의대로 잘 입을 수가 있는데 문제는 상하의 매칭이 안되는 것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다른 옷들과의 코디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 옷 하나만을 생각하고 구매한 폐해였다. 그러다 보니 옷은 많은데 정작 입을 옷은 없어 옷장 앞에서 계속 시간을 보내고, 이 옷 입어보고 저 옷 입어보고 하는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이를 위해 옷에도 소비 기한이 있음을 인지하고, 입고 외출하지 못 할 것 같은 옷들과는 헤어질 결심을 하고, 필요 시 세 가지 이상의 코디가 떠오르는 옷만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갑에 든 화폐, 인터넷 뱅킹에 찍혀 있는 금액만이 돈이 아닌 것이다. 시간도, 공간도, 노력도 모두 돈인 것이다. 이 돈을 훔치는 도둑들은 매질을 해서 쫓아내는 게 아니라, 생활 반경에서 생각과 습관을 조금이라도 바꿔서 도망가게 해야한다. 쓰지 않는 카드와 입지 않는 옷과는 이별을, 애정하는 물건은 보관이 아니라 사용을, '꼭 필요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등등.
그리고 책을 정독하면서 또 한 가지를 깨달았다. 물건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이 욕심은 가지지 않은 물건을 갖고 싶다는 마음 뿐만이 아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놓지 못하는 것도 욕심의 하나였다. 물건을 더 이상 사지 않음에도 물건이 많다고 느낀 건, "언젠가 필요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버리지 못한 물건들 때문이었다.
올 한해 나는 내 공간에 멋대로 들어온 도둑들을 몰아내고, 물건에 대한 집착을 버려보고자 한다. 나처럼 자신만의 미니멀리즘 기준이 필요하다거나,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생긴 분들이라면 《돈이 쌓이는 집, 돈이 새는 집》 도서를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