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ure 시리즈 스물한 번째, 드라마 [몸값]
본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캄보디아 범죄 도시 사건으로 사회가 떠들썩합니다. 고액 아르바이트나 직장으로 사람들을 회유하거나, 혹은 직접적으로 사람을 납치해 가둬서 범죄 행위를 시킨다고 하죠. 저도 원래 배우자와 베트남 여행을 가려고 했었다가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아니면 일본에 가려고 했는데 곰이 나온다고 해서 취소했고요.
캄보디아에서 일어나는 일이 사실은 국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면, 이젠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이불 밖은 위험할 것 같습니다. 100% 확신할 순 없지만, 소위 말하는 뒷세계에서는 인신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그러한 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몸값> 리뷰입니다.
미친 자들의 위험한 거래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각자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며 광기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교복을 입고 있는 한 여학생이 모텔방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창밖을 보며 담배를 피웁니다. 이후 한 남성이 여학생이 있는 방으로 들어오고요.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고, 남성(노형수)은 학생에게 “피가 났으면 좋겠다”라고 슬쩍 언질을 줍니다. 이에 학생(박주영)은 중학생 때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처녀막이 없을 수도 있다(삽입까지 이어지지 않아서)고 말합니다.
형수는 처음에 주영의 과거에 위로를 해주지만, 결국 주영이 처녀가 아니라는 점에 점점 분노하기 시작, 처음 주영이 약속했던 100만 원의 금액에서 자신은 17만 원밖에 낼 수 없다고 못 박습니다. 그런 형수를 보며 주영은 혹시 혈액형이 AB형이냐라고 물어보는데, 형수는 이를 무시해 버립니다. 그러고는 100만 원에서 17만 원으로 깎은 것도 모자라 주영의 손에 3만 원을 쥐여 주면서 7만 원에 하자고 가격을 더 내리치고, 주영은 마지못해 이에 응해요.
깎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주영의 몸값을 깎은 형수는 콧노래를 부르며 씻으러 들어가고, 그가 샤워하고 있는 사이 주영은 걸려 오는 전화를 받습니다. 방을 나가 통화 상대방에게 자신은 처녀라서 100만 원에 원조교제가 가능하다며 또 다른 약속을 잡아요. 그러고는 다른 방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는데, 그곳에서는 주영처럼 교복을 입은 여러 여자들과 이들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있었습니다.
다른 방으로 들어간 주영은 옷을 갈아입고, 관리자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는 다시 형수가 있던 방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그 길에 아까는 없던 여러 사람이 수천만 원으로 보이는 금액을 칩으로 바꾸고들 있고, 방에서는 형수가 팬티만 입은 채로 눈과 입, 손발목을 결박당해 있었습니다. 이윽고 주영은 방으로 함께 들어온 다른 사람들에게 형수의 몸값을 제시하기 시작합니다.
드라마 <몸값>은 원래 동명의 영화 <몸값>을 장편화한 작품이에요. 드라마의 초반 내용은 영화와 거의 동일하지만, 드라마는 영화의 뒷이야기까지 그립니다. 그래서 사실상 영화 <몸값>이 반전의 반전이 키포인트였다면, 드라마 <몸값>은 반전의 반전을 포함해 디스토피아에서 일어나는 인간군상도 함께 키포인트가 돼요.
사실 스토리 부분에서 반전 내용(주영의 몸값이 아닌 형수의 몸값)을 꺼내고 싶지 않았는데, 반전까지의 내용은 1화에서 모두 일어나고 나머지 2~6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져서 쓸 수밖에 없었던 점 양해 부탁드려요.
드라마 <몸값>은 3-40분의 러닝타임으로 총 6화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점은, 이 6화가 모두 원테이크로 찍었다는 것..! 원테이크 드라마로는 이전에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드라마 <소년의 시간>을 본 적이 있었는데, 국내 드라마에서도 원테이크 드라마가 있었단 점에 놀랐어요. 그리고 원테이크 연출의 특징답게 몰입도가 뛰어나서, 중간에 끊기가 어렵더라고요. 1화부터 4화까지 연달아 보고 나서야, 5화 보기 전에 잠시 쉬어갈 수 있을 정도였어요. 한 컷을 찍는 데에도 여러 번 NG가 날 수 있는데, 모든 회차를 원테이크로 찍었다고 하니 꽤 공들여진 작품이란 게 느껴집니다.
작품에서는 주인공들이 머무르던 건물만 무너진 것이 아니라, 진짜로 세상이 무너져 내립니다. 해당 설정에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생각나더라고요. 두 작품 모두 세상 멸망으로 인해 변모하는 인간군상을 보여주는데, 다른 점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주인공들이 머무르는 아파트만 멀쩡하고, <몸값>은 그 건물까지 싹 다 무너진 점이랄까요. 아,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그래도 선의를 잃지 않는 인물(박보영 배우 역할)이 있고 <몸값>에는 한 명도 없는 점(..)도 있네요. 디스토피아에서 과연 이런 인물들이랑 함께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형수와 주영 둘은 아무튼 단시간에 원수지간이 되어요. 하지만 무너진 빌딩에서 벗어나야 하니, 일단은 임시 동맹을 맺습니다. 주영은 형수에게 인신매매 집단의 사장이 숨겨둔 돈을 안겨주겠다고 하고, 형수는 그 돈을 얻기 위해 주영을 도와주기로 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막대한 돈을 얻어요.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평생 놀고먹고 살 만큼의 금액은 되는 것 같았어요. 둘은 흩날리는 돈뭉치들을 멍-하니 쳐다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바깥은 혼란스러운 상태이고,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미지수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넘쳐나는 돈다발이 과연 제대로 된 쓸모가 있을까 싶어요. 좀비 영화에서도 사태가 터지고 나면 은행이 아니라 슈퍼마켓을 먼저 터는데 말이죠. 아마 이 둘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에, 복잡 미묘한 심정으로 돈을 바라보지 않았나 싶어요. 세상이 망해버리면 그렇게 가지려고 안달난 이 '돈'의 가치가 없어져 버리는데, 하나뿐인 삶을 돈에 목매게 하는 게 맞는지 생각이 드네요.
작중 내에는 나름(..) 재밌게 볼 수 있는 장면도 준비되어 있어요. 주영은 처음에 형수에게 "AB형이냐"라고 묻습니다. 왜, 옛날에 혈액형 성격론 있었잖아요? 제 기억에 AB형 성격이 아마 4차원, 또는 싹수없는-으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찔린 건지, 대답할 가치를 못 느낀 건지 당시 형수는 주영의 질문을 무시해 버립니다. 그러다 전세가 역전되어 주영이 형수의 장기를 팔 때 확인해 보니, 형수의 혈액형이 진짜로 AB형이었죠. 이런 식으로 조금은..?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장면도 여럿 있었습니다.
한 가지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드라마 내에 욕설이 난무합니다. 물론 하나같이 제정신이라기엔 어렵고 한 성깔 하는 사람들뿐인지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한데, 인물들(특히 주인공)이 내뱉는 모든 말이 욕이 안 포함되는 경우가 없습니다. 이 점만 제외한다면 저는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생각이 들어요.
이 드라마가 주고 싶었던 메시지가 무엇이냐고 한다면, 글쎄요. 내면에 잠재된 인간의 본성은 추악하다? 제아무리 잘난 인간이라 할지라도 위대한 자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또는 미처 제가 찾지 못한 메시지가 숨어있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몸값>의 초반 설정은 조금 불쾌할 수 있습니다. 원조교제에 처녀만 찾고, 처녀 아니라니 바로 태도 돌변. 솔직히 좀 역하죠. 가끔 뉴스에서 비슷한 사건을 보도해 주는 걸 볼 때면 많이 어지럽습니다. 이러한 설정에 크게 거부감이 없고, 짧고 굵게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싶으신 분께 <몸값>을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