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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May 27. 2017

관계지향, 업무지향

좋은 교장의 조건을 이렇게들 말한다.

높은 관계지향과 낮은 업무지향이라고.

관계적으론 매끄럽고, 업무적으론 유연하길 바라는 것이다.


큰 의미는 공감한다.

하지만 무언가 중요한 게 빠졌다.

무엇을 지향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관계지향


사회에는 분명 관계지향적인 사람이 있다.

만남을 좋아하고, 자리를 좋아하는 사람.

그러나 때론 이런 사람 때문에 힘들어진다.


주말 등산이 대표적이다.

상대방의 시간, 취미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쉬는 날이고,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분명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관계를 지향함'은 맞다.

허나 거기엔 나만 있고, 너는 없다.

나만 원하는 일방적인 '관계'는 독이다.


또 관계를 중요시하기에 편 가르기와 이간질을 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나를 따라 온 사람, 따르지 않는 사람을 가르는 짓은 참 치사하다.

관계를 지향하는 사람이 때론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즉, 관계를 지향한다고 하여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많이 만든 관계가 아닌, 너와 내가 함께 하는 관계여야 한다.

내편이 있되, 내 편이 아닌 사람과도 조화롭게 살아가는 관계여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잘 하는 것, 관계 능력이라 한다.



관계능력


좋은 관계를 원한다고 다 되지 않는다.

때론 맞지 않는 사람, 싫은 사람도 만나게 된다.

언제나 편하고 유쾌한 자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불편하고 긴장된 관계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소는 고사하고 나빠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도 때론 힘들다.


자신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이다.

허나 조직의 관계들을 관리하는 것은 리더의 능력이다.

좋은 관계를 지향하여, 그런 관계가 되기 위한 길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관계능력이 있는 리더십이라 하겠다.


좋은 리더는 자신의 관계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자기가 원하는 행사가 아닌, 모두가 원하는 방향을 이끌어 낸다.

내 맘에 드는 사람만 좋아하지 않고, 다른 개성들을 조화시킨다.

그리하여 각각의 색깔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해 가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단체이든 그자리를 맡은 리더의 역할이다.



업무지향


업무지향도 마찬가지다.

일만 생각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여기서도 두 가지 유형만 소개하겠다.


1. 검열하는 업무지향

일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시어머니 만났다고 생각하자.

문서 하나에 몇 번의 '빠꾸'는 각오해야 한다.

매뉴얼에 따른 형식 검사, 글씨 맞춤법 등등.

형식에 갇혀, 당신의 심장과 뇌도 쪼그라들 것이다.


어쩌면 이건 매일 시험만 보는 교사와 같다.

가르쳐주지 않고 시험만 보면 틀린 건 매번 틀린다.

시험을 본다고 모르던 걸 알게 되지는 않는다.


지적질만 하는 컨설팅들..

도무지 길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2. 일 폭탄 업무지향

모든 일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하나도 놓을 수 없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퇴근은 다 했다고 봐야 한다.

너무 대단한 능력자라 못하는 게 없다.

일이란 일은 다 만들어 온다.


이건 숙제가 너무 많은 교사다.

사회, 수학, 영어, 일기, 독서, 한자 등등..

다 중요하다고, 학생의 요구나 흥미는 무시한다.


공부를 많이 하면 잘하는가.

공부의 양과 시간을 늘리면 되는가.

일을 많이 한다고 잘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업무능력


일을 잘하는 사람은 쉽게 잘한다.

어려운 일도 쉽게 만든다.

하지만 능력이 없으면 힘들게 한다.

심지어 그 사람이 업무를 지향하면, 힘들게 만들어서 준다.


검열의 목적은 잘못된 것을 찾는 것이다.

검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잘못을 쉽게 바로 잡는다.

다수가 반복되는 실수는 공지하고, 개별적 처방을 준다.


일을 아는 사람은 구분한다.

정말 필요한 것과 가능한 것을 안다.

일을 폭탄으로 주는 게 아니라 핵심만 준다.


난 지금 관계, 업무와 관련한 리더십을 말하고 있다.

바로 당신의 이야기다.



당신의 지향


이 글을 보며 당신의 리더를 평가하란 얘기가 아니다.

당신도 최소한 작은 그룹의 리더일 것이다.

아니, 적어도 당신의 삶의 리더는 당신이다.


스스로를 돌이켜보라.

당신은 어떤 지향점을 두고 살고 있는가.

당신이 본 당신은 능력이 있는가, 지향만 하고 있는가.


관계를 위한 직장은 없다.

기본 업무능력이 없으면 안 된다.

하지만 관계없이 되는 직장도 없다.

나 혼자만 잘하면 되는 일은 세상에 거의 없다.


내가 지향하는 바를 내 능력만큼 하자.

능력도 없이 위에 자리해 욕만 먹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내가 지향하는 바를 함께 할 사람을 두자.

내가 이루어 온 모든 것은 혼자 해낸 것이 아니다.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능력과 관계의 크기를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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