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지 않을' 권리

by 삐딱한 나선생

교실이 지저분했다.
한 선생님은 좀 치워야겠다고 했고.
난 그러지 않겠다고 했다.


학생의 결과


교실이 더러운 게 자랑은 아니다.
학생이 정리하지 못한 건 내 잘못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결국 학생이 해야 할 일이다.

"정리를 시켰어야 했는데 저도 정신이 없었나 봐요.
그렇다고 제가 치워버리면 아이들은 자기가 어지른지도 모르더라고요.
내일 아이들이 오면 이 상태를 같이 보고 치우자고 할게요."

학생을 성장시키는 것.
교사가 해야 할 본분이다.

그래도 숙제를 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진 않다.


방치하는 교사보다는 나을 것이다.

친절한 도움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열심히 일하는 교사'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건 씁쓸하다.



교사의 노력


정말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있다.

자상하게 하나하나 챙겨주는 선생님.

누가 봐도 '참교사'라고 여길만한 그런 선생님.


대단하다고 여기는 한편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난 왜 그렇게 하지 않고 있을까.

움직이는 그와 가만히 있는 나를 어떻게 볼지 알면서.


난 가능한 내가 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해보고 안 되면 친구에게 부탁하라 한다.

내가 하면 1밖에 안 되지만, 너희가 하면 (1 X 학생수)이다.


난 교육의 목표를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움직이는 게 아니라 학생이 움직이는 거라고.

교사를 보는 눈도 교사의 바쁨이 아닌, 학생의 지도에 있어야 한다고.



'나'라는 교사


물론 저학년은 내 1이 열 번은 필요한 걸 안다.

열일하는 선생님들을 폄하할 생각도 없다.

단지 난 그런 교사가 아닐 뿐이다.


난 내 아이가 넘어져도 일으켜주지 않는다.

아이는 스스로 일어나 손을 탁탁 턴다.

그리고 그 손으로 날 다시 잡는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인간이 교사가 되었다.

내 손이 많이 안 보인다고 날 나쁘게 보진 않았으면 한다.

필요할 땐 내 손을 잡을 관계는 되어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 않음에 대한 내 변명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남에게 보여야 하는 열정에 주눅 들지 않기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함'을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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