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필요한 말

by 삐딱한 나선생

수업, 회의, 대화 등 우리의 일상은 대부분 말로 채워진다.

그러나 그 말의 가치는 상황에 따라 많이 다르다.

단지 하고 싶은 말인지, 정말 필요한 말인지.



필요한 말


예전 학교에선 회의의 진행이 아래에서 위로 갔다.

업무 담당자부터 연구, 교무, 교감, 교장 순서로 말이다.

선생님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으면 교장선생님이 정리해주곤 했다.


다른 학교에선 교장선생님이 먼저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 좋은 말씀 등등.

할 말이 끝나면 이내 사라지셨다.


어떤 회의 방식이 옳다 그르다 말하긴 힘들다.

위의 과정이 하나하나의 간섭이면 더 괴롭다.

아래가 교장의 비움이면 오히려 민주적일 수 있다.


그러나 말하는 태도는 옳고 그름이 있다.

하고 싶은 말은 원하면 아무 때나 할 수 있다.

필요한 말은 상대의 말을 다 들은 뒤에야 할 수 있다.

하고 싶은 말을 듣고, 필요한 말을 하셨던 예전 교장선생님은 빛나 보였다.



하고 싶은 말


윗사람을 평가하라고 쓴 글은 아니다.

나도 들어주고, 필요한 말을 해주는 사람이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다.


교사는 말을 하는 직업이다.

그 안에는 하고 싶은 말도, 해야만 하는 말도 있다.

그렇다고 그 모든 말을 학생들이 필요한 것으로 느끼지는 않는다.


수업, 생활지도 등 꼭 필요한 말을 한다 해도.

수업시간에 딴 소리하면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뭐라 하게 되는데.

하고 싶은 말을 들어줘야 필요한 말을 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러지 못해서.


내 교실에 꼭 필요한 말들만 가득하다면.

서로 하고 싶은 말들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인간은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누군가가 필요한 것을.



말할 수 있는 관계


동학년 티타임에 회의가 반이면 쓸데없는 말이 반이었다.

남편, 자식, 시댁 식구 이야기, 드라마 등 내겐 의미도 없던 말.

그러나 학교 안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걸, 동학년이 없는 지금 느낀다.


난 필요한 말을 해야 하는 교사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이다.

학생들과 하고 싶은 말을 나누지 못하면 하루의 많은 시간이 외롭다.


"내가 선생님으로 여기 섰기에, 수업시간엔 필요한 말만 할 수밖에 없어.

너희들 각자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들어줄 수는 없으니까.

너희들에게 필요한 대답만을 요구할지 몰라.


그래도 수업시간이 아니면 엉뚱한 얘기라도 들어주려 노력할게.

수업시간엔 교사와 학생으로 만나지만, 다른 시간엔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고 싶어.

꼭 필요한 말이 아니어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관계로."

작가의 이전글처벌과 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