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가 가장 깨끗해

by 삐딱한 나선생

으슥한 뒷골목 같은.

막혀버린 하수구가 되어버린.

더럽혀진, 버려진 공간이 교실에도 있다.



책임 없음


교실 앞에 사탕 봉지가 굴러다닌다.

"OO아~ 이거 좀 줍자.

아~! 이거 제가 버린 거 아니에요!!"


교실 뒤엔 연필심이 자기 혼자 그림을 그린다.

"OO아~ 연필심 좀 줍자.

쌤!! 저 연필 안 쓰거든요?!"


그래..

그 쓰레기는 네가 버린 게 아닐 수 있지.

교실 앞, 뒤 공간은 꼭 누구의 자리는 아니지.


그래도 누군가는 주워야 할 텐데.

끝까지 범인을 잡아 해결할 게 아니라면.

어쩌면 내 책임이 아닌 것들이라 가장 더러워지는지도.



책임의 경계


언젠가 자기 자리 청소를 시켰다.

대청소를 시키긴 애매하고, 간단히 하라고.

그러나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되었다.


아이들은 열심히 청소했다.

각자의 자리는 깨끗해졌다.

한데 책상 사이사이는 하나도 안 치워졌다.


"이거 아까 네가 쓴 거잖아!"

난 빨리 협동해서 끝내길 바랬는데.

오히려 서로 미루는 분쟁의 소리가 커졌다.


그래..

내가 하지 않은 걸 치우면 억울하지.

내가 무한정, 교실 전체를 책임질 순 없지.

그래도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서는 더 큰 약속이 필요하겠구나.



사이 너머


"얘들아, 친구가 된다는 건 네 밥은 네가 먹고 내 밥은 내가 먹는 게 아니란다.

밥을 함께 먹으려고 내가 싫은 것도 먹어보고, 내가 먹고 싶은 걸 포기도 하는 거란다.

'이건 내 과자니까, 넌 네 과자 갖고 와서 먹어!' 하는 사람관 친구 하고 싶지 않지.


교실 청소도 마찬가지야.

내가 흘린 건 내가 치우는 게 맞긴 하지.

하지만 이 쓰레기가 내 것이 아니더라도, 누구든 흘릴 수 있는 거야.

내가 흘린 걸 때론 네가 주울 수도, 네가 흘린 걸 내가 주울 수도 있는 게 '우리의 공간'이란다.


처음엔 책상 사이가 가장 더러웠어.

아무도 그 사이는 빗자루로 쓸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한 뼘씩만 더 쓸어보자.

딱 내 자리만큼이 아닌, 내 주변으로 한 뼘.

너도 한 번, 나도 한 번, 우리 사이는 두 번 쓸게 될 거니까.

우리의 사이는 두 배 더 깨끗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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