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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Jul 03. 2024

가족과 한 권 읽기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교사라면 다 알 거라고 생각해요. 독서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님은 잘 아실 것 같고요. '책 한 권으로 국어의 모든 교육과정을 풀어낸다.' 심지어 다른 교과와 연계하여 얼마든지 확장해서 수업할 수 있지요.

저도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한 권 읽기로 연결된 거 같아요. 수년간 지역 독서 모임 활동도 하며 나름 경험을 쌓았습니다. 교육과정에 들어오면서는 공개수업도 거의 연극, 한 권 읽기의 수업을 하고 있네요.

가족과 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딸들이 3, 5학년이니 가능도 하겠지만, 시작은 첫째의 건방진 한마디 때문이었어요. "아빠, 나 서울대 가볼까?" 말도 안 되는 소린 걸 알지만, 그냥 기특했어요. 주변에서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독서토론 논술 이런 걸 하더라고요. 저도 제가 가진 조금의 능력이라도 도와주고 싶었어요.(이렇게라도 해야 서울 근처라도 가지 않을까 싶은..)

첫 책은 둘째가 [거북이 버스]로 골랐습니다. 막내가 읽을 수준이어야 하니까(100쪽 미만). 또 본인이 원하는 취향으로다가. 지금부터 아래 활동내용을 소개드립니다.



1. 초성퀴즈


[거북이 버스]는 총 4개의 챕터(장)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챕터의 가장 중요한 사건 또는 주제를 뽑아 초성퀴즈로 냈습니다.



가운데는 제가 가족 카톡방에 올린 초성퀴즈입니다. 그걸 보고 제 개인 톡으로 답을 보내면 정답을 확인해 줬습니다. 마지막 사람은 말로 해도 되고, 중간중간 힌트도 줬습니다.(예: 남의 말만 듣고 미리 포기- 거기서 달팽이가 다른 동물들이 어려운 일은 굳이 안 했으면 좋겠다, 바다로 가는 건 위험하다 등과 같이 했을 그래도 달팽이는 끝까지 했지? 이런 식으로)



2. 내용 퀴즈


이건 아이들이 냈습니다. 괜찮은 질문도 있었고, 페이지나 작가 이름 같은 단순한? 조금 내용과는 먼 퀴즈도 있었습니다. 다음엔 좀 더 의미 있는 걸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첫째가 '거북이 버스는 처음에 칭찬을 많이 받았나요?'라는 질문을 냈어요. 모두 '아니요'라고 답을 했지만, 저는 '예'라고 하고 이유를 말했죠. 처음엔 다들 좋다고 탔다가, 느리니까 나중에서야 불평을 했지요. 그리고 토끼처럼 본인이 더 빠르면 내려서 자기 발로 뛰지 괜히 욕을 한다고 얘기도 했고요.




3. 주제 토론


본격적인 토론 활동입니다. 아래는 제가 책을 읽으며 블로그에 대강 정리한 내용입니다. 찬반 토론이 아닌, 이야기식 토론으로 주제에 관해 나눈 대화를 간략히 적어봅니다.(너무 길면 페이지와 발문만 확인하셔도 좋습니다.)


21 상대적인 속도- 다른 동물들이 거북이가 느리다고 불평할 때, 달팽이만은 "우리한테는 네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거북이야."라고 말합니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상대적으로 빠르거나 느리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을까요?

(아빠-아, 엄마-엄, 첫째-첫, 둘째-둘)

둘: 언니가 주말에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깨워줬어요.

아: 맞아. 주말엔 언니가 먼저 일어날 때가 많은데, 평일은 오히려 둘째가 먼저 일어나지.(첫째 민망 ㅋ..) 홍수가 나서 거북이의 장점을 발견했지만, 토끼와 거북이 경주도 물에서 했으면 달랐을 거야.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기도 하지만, 장소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니까. 느리고 빠르다는 것도 지금의 내 기준이 아니라 상대방에 맞춘다면.. 나도 엄마한테 가끔 닦달하는 건 더 조심할게요. ㅎㅎ..


27 양쪽 다 활용- 거북이 버스는 빨리 가야 할 땐 물로, 천천히 산책을 즐길 땐 땅으로 갑니다. 이렇게 양쪽 다 활용할 수 있는 경우는?

엄: 사실 느린 게 도움이 될까 했는데 숲길로 산책을 한다는 게 감동이었어.

아: 실제로도 이동수단을 느리게 해서 관광하고 이런 것도 많은 거 같아. 그리고 바쁘게 가는 물 보다, 느리게 가는 숲을 이용하는 사람이 부럽기도.(일 안 하고 놀고 있는..)


37 이유가 있는 비판- 다른 동물들은 달팽이가 무모하다고, 안 된다고 포기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코끼리 아저씨는 바닷물엔 소금이 많고, 달팽이는 소금에 약하다는 걸 알려줍니다. 이런 이유가 있는 비판은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 위험해도 꼭 해야 할 일?

- 죽을 수도 있는데 꼭 해야 했을까?

아: 쉽게 말해 달팽이처럼 나도 도전하겠다?!(찬성: 둘, 반대: 엄, 첫, 중간: 아)

둘: 그래도 전 용기 있게 한 게 잘한 거 같아요.

첫: 저는 무서워서 안 갈 거 같아요.

엄: 솔직히 그냥 친구들이 잡아주고, 다 올려준 거 아닌가 싶은..

아: 나도 성공이란 말을 확실히 하는 게 나을 거 같아. 바다를 건넌다는데, 나뭇잎 위에 그냥 있기만 했던 걸. 그 위를 조금씩 기어갔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이미 거북이 등 위에서 바다를 건넌 거지. 또, 그런 방식이라면 확실한 보호장비를 갖추고 건너는 건?(그럼 이미 동화가 아니겠;;)


41 "밤하늘의 별들이 낮에는 바다에 누워 있구나." 꼬마 달팽이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파란 바다를 보며 감탄합니다. 저도 이 말이 상상이 되면서 멋진 말이라 생각됐어요. 혹시 맘에 드는 표현이 있었나요?

첫: 저는 거북이버스가 동물들을 구해주고, 거북이한테 미안하고 고맙다고 안아주는 장면이 감동이었어요.(1 챕터 마지막, 약간 다른 대답 같긴 하지만..)


52 수륙양용 거북이- 거북이가 돌고래를 데려와 숲 속 친구들에게 소개해줍니다. 다람쥐나 토끼 같은 애들은 이상하다고 거부하죠. 그러다 오리는 돌고래의 물놀이가 좋다고 해요. 거북이도 물과 땅을 오갈 수 있기에 양쪽과 다 잘 지낼 수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아: 교실에서 남녀 구분 없이 잘 지내는 사람이 있니? 그 친구는 어떻게 해서 잘 지낼까?

둘: OO 이는 아무랑이나 잘 노는 거 같아요. 그냥 남자들하고 카드 교환도 하고 목소리도 커요.

아: 확실히 저학년 때는 남녀 안 따지고 잘 노는 거 같아. 놀이도 꼭 남녀가 구분되는 놀이도 아니고. 고학년 되면 남자들은 축구나 게임으로 갈리고, 여자 남자 노는 패거리가 생기기도 하고. 그래도 중간에서 잘 소통하는 애들이 많으면 반 분위기도 좋고 한데.


54 토끼는 혼자서만 다과를 준비한다고 불평을 합니다. 혹시 억지로 하고 있는 일이 있는지요?

엄: 저는 불평을 하는 건 아닌데,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주말에도 보드게임을 하다가 저녁 준비를 해야 해서 먼저 가는데, 차라리 외식을 하든, 시켜 먹든 함께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해요.

아: 마지막 파티에서 눈사람을 만들 때도 모두가 함께 하는 장면이 나와요. 어떻게 보면 토끼가 자기가 한 것만을 보면 억울할 수 있어도, 모두 알게 모르게 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둘: 맞아요. 곰 아줌마, 코끼리 아저씨도 회사 일하고, 겨울잠 준비해요.


55 "머리에서 물이! 괴물이다!" 토끼는 돌고래의 장기를 보고 놀라 도망갑니다. 낯선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있나요?

- 내가 거부당한 경험?

- 물이 나온다, 목소리가 이상하다, 털이 없다 등 콤플렉스?


58 혐오- "바다? 선생님이 수상한 친구랑 놀지 말라고 했는데.." 이야기의 땅과 물처럼 경계를 나눠 서로 싫어하고 안 보는 상황이 있을까요?

아: 요즘은 다문화 교육도 많이 하고, 학생들도 심한 거부감을 드러내진 않는 거 같긴 해.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나 이민 같은 경우엔 좀 예민한 게 있는 것도 같고.

엄: 일본이나 북한도 좀 어려운 거 같아. 역사나 독도 얘길 하면 일본이 미워지기도 하는데, 사람을 미워하진 말아야 할 거 같고. 북한도 통일을 가르치지만 요즘 분위기는 또 좋지가 않고.

아: 그러게. 책에도 선생님이 놀지 말라고 했다는 말이 좀 걸리더라고. 교사로서 가르치는 게 중요하지만, 오히려 가르치면서 더 경계가 생기는 건 또 아닌지..


62 익숙한 환경, 조건- 오리는 다른 동물과 달리 돌고래와 바로 친구가 됩니다. 물에 친하고 노래도 '끼잉끼잉, 꽥꽥꽥꽥' 함께 하지요. 나와 비슷한, 잘 맞는 사람이 있나요?


64 합창- 돌고래가 혼자 부르는 노래는 너무 음이 높고 이상하게 들립니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하니 조화를 이루고 음악이 됩니다. 이런 경험이 있을까요?

아: 난 고기를 먹을 때 야채를 더 많이 먹는 거 같아. 마늘도 그냥 먹으면 싫지만, 고기에 싸 먹으면 생마늘도 어울려서 괜찮고, 고기 느끼한 것도 잡아주는 거 같거든. 김밥이나 샤부샤부 같이 다른 것도 싫어하던 것을 좋은 것과 연결하는 방법도 괜찮은 거 같아.

둘: 난 별론데..(김밥도 해체해서 먹었고, 라면에 든 파도 빼야 되는 사람..)

아: 관계에서도 올빼미 할머니와 같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인정하거나, 내가 이미 친하던 오리, 거북이와 연결이 되어서, 아니면 4명이 단체가 되었기에 모두에게 받아들여진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어.


69 달팽이 감기- 3장에서 돌고래가 오지만 달팽이는 감기에 걸려 처음엔 나오지 못합니다. 2장에서 바다에 나간 여파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는 친구랑 놀다가 아프게(나쁘게) 되어도 괜찮을까요?

둘: 그건 친구 탓은 아닌 거 같아요. 난 그냥 같이 놀아도 돼요.

- 그럼 엄마 달팽이, 부모로서도?

엄: 나 같으면 보내주지 않을 거 같아. 잘못되면 죄책감을 느낄 것 같아.


90 눈사람을 만들 듯 사실 함께 했던 일은? 서로 도와주는 일?



말을 많이 나누었지만, 너무 수다 같은 건 뺐습니다. 아직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꺼내는 게 익숙하진 않은 거 같아요. 저와 아내는 학교나 가정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꺼내고, 어떤 부분은 감동도 아프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은 각자의 마음에 남기기로..



4. 관련 활동


다른 교과와 연계, 독후 활동으로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위의 퀴즈 활동과 토론으로 이미 2시간 이상을 해서 실제 하지는 않았습니다. 교실 활동이면 좀 더 시수를 확보해 가능할 것 같네요.


1. 미술: 나만의 거북이 버스 그리기

4개의 챕터의 계절마다 거북이 버스를 꾸미는 재료가 바뀝니다. 아내는 계절별 모자를 퀴즈로 내기도 했습니다. 아래는 여름의 장면이고, 본인이 좋아하는 계절, 재료를 골라 그리는 활동을 하면 좋겠네요.



2. 음악: 거북이 버스 노래

왼쪽 아래의 파란 글씨, 거북이 버스의 노래가 계절마다 있습니다. 거기에 가락과 리듬을 붙여 진짜 노래를 만들 수 있지요. 각 학년 교육과정에 맞게 활용하여, 지금 교과서(3학년)를 기준하여서는 차례가기(도레미파솔), 뛰어가기(도미솔도)를 가르칠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교과서 아무 노래에 거북이 버스 가사를 넣어 불러도 재밌겠어요.



지금까지 우리 가족의 한 권 읽기를 소개했습니다. 이 글을 보시고 나도 한 번 해볼까 생각해 주신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저도, 아내도, 아이들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다양한 주제로 이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긴 어려웠거든요. 첫째는 바로 다음 책을 골랐고, 우리 모두 이미 다 읽었습니다. 반응이 괜찮으면 다음 책 [최기봉을 찾아라]를 소개할까 합니다. 함께해 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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