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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Aug 30. 2024

어쩌다 진로 특강1

아이고.. 은사님


"혹시 OO중 출신 나영상이 맞나요?"

작년 어느 날 업무 메신저로 쪽지가 날아왔다.

이름을 확인하니, 헉!! 중학교 1,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건강히 잘 지내시지요?"

선생님은 여전히 그 학교에 계셨고 이젠 교장이시란다.

"아이구.. 제가 머지않아 연락드리고 찾아뵙겠습니다~"

그게 올해 5월 14일(스승의 날은 석가탄신일)이었다.


작은 선물을 드리고 악수를 나누었다.

"과학 수업을 ppt 자료로 멋지게 수업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ohp필름 정도 쓰던 때에 화면이 휙휙 변하고 번쩍거려 눈이 돌아갔다.

마대 자루로 맞던 시절에, 체벌도 없으셨고 스마트하고 젠틀하신 분이었다.


"너 OO이 아니? 걔도 여기 중학교 출신이잖아~

내가 초등에도 많이 알아~ OO교장이랑 OO이랑 얼마 전에 술도 한 잔 했지."

'아.. 은사님은 수업뿐만 아니라 사회생활도 정말 잘하시는 분이었구나.'

어른이 되어서야 보이는 어른의 열정이 확 느껴졌다.


"아.. 그리고 우리 학교 진로특강을 하는데 와줄 수 있지?"

"네..   네?!"

"그냥 부담 갖지 말고 초등학교 교사로 어떤지 선배로서 얘기해 주면 돼~"

"아.. 하하~ 아.. 알겠습니다~"



뭘 말해?


"까톡 까톡!"

모교출신 진로특강 방에 초대되었다.

슬슬 본격적으로 시작하나 보다.


교수, 대령, 의사.. 리스트를 보니 화려하다.

초등교사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제껏 질리게 보다가 중딩이 되었는데.

요즘엔 교사가 그리 인기 있는 직업도 아니고.


고민 끝에 그냥 솔직한 나를 얘기하기로 했다.

'나는 어쩌다 초등교사가 되었나'

내 어릴 적 가정사를 포함한 현실적인 이야기.

간단히 ppt를 준비하고 그날을 맞았다.




동문회 강사진? 강사진 동문회?


너무 일찍 도착했을까, 교장실엔 은사님을 제외하고 3명 정도 있었다.

군인 제복을 입으신 분이 확 눈에 띄었고,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얼추 모이자 기수대로 직업 정도의 간단한 소개를 해주셨다.


은사님의 친구분도 있고, 보좌진과 함께 온 대령도 있었다.

레지던트 의사를 하다 최근 의료사태로 쉬는 분도,

대학을 다니고 있는 트로트 가수도 있었다.


'나는 올 곳이 아닌데 온 거 같아..'

소방관을 하시는 분이 혼잣말로 말씀하셨다.

나도 비슷한 생각, 약간의 열등감 같은 것이 있었다.


당연히 성공한 선배님이 진로에 대해 말해주는 게 좋겠지만.

좋은 대학 나오고, 잘 나간다 말하기엔 자신이 없어서.

'그래.. 이왕 온 거 수업이나 잘 마치고 가자..'


"아~ 혹시 학생들이 자거나 안 들어도 뭐라 하지 마~

반 마다 좀 말 안 듣고 하는 애들 있는데 그러려니 하고 강의해~"

'네?? 중학교 교실 붕괴를 경험하란 말씀이신가요!?'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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