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였을 때의 이야기다.
하루는 잠에서 깬 적이 있었는데, 엄마는 티브이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고, 화면에는 외국사람이 등장하는 평소에, 내가 봐왔던 티브이와는 사뭇 달랐다. 그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나와는 달리 엄마는 당황한 듯 보였다. 그 후에도 외국 티브이를 보는 엄마의 모습을 몇 번 더 보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서야 그때 엄마가 보던 외국 티브이가 "영화"였음을 알게 되었다. '쇼생크 탈출'을 보던, '포레스트 검프'를 보던, '탑건'을 보던 젊은 시절의 엄마의 어쩌면 유일했을 취미였음을 알게 되었다.
사회생활은 어렵고 인생은 뜻대로 안 풀린다.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어렵다. 30대 시절의 엄마의 인생도 어려웠을 것이다. 술만 마시면 인사불성이 되는 남편에, 아이 둘을 키우며 부족한 살림에 조금 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식당에 나갔던 젊은 엄마의 유일한 탈출구는, 모두가 잠든 시간 숨죽이며 보던 영화 한 편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해보면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진다.
영화에는 묘한 힘이 있다.
영화에서 느껴지는 묘한 힘은 작품에 인생이 녹아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타인의 인생을 보며 웃고, 울고, 감동하고, 희열을 느끼며 오늘의 고단함은 잊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준다.
영화처럼 인생을 되감기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일은 해가 뜬다는 가사처럼, 과거를 흘려보내고 현재에 집중하는것이 되감기 보다 더 나은 방법은 아닐까 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힘든 순간에도 영화가 있었다.
포경수술을 하고난 직후는 그다지 아프지 않다. 통증은 마취가 풀리는 시점부터 시작 되는데, 어린 나에게도 통증의 순간을 찾아왔고 처음겪어 보는 통증이었다. 영화 이야기 하다말고 갑자기 포경수술 이야기를 꺼낸이유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통증을 달래준것은 '미세스 다웃 파이어'라고 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는 '블랙팬서'를 보며 항암치료를 견디어 내던 시절도 있었다.
스토리에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