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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l Feb 20. 2017

남프랑스 취향저격 숙소 - Airbnb

프로방스 알프스 코트다쥐르, 자동차여행, Puimoisson, 에어비앤비

최근에야 깨달았다.

내가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숙소라는 걸.


잠이 많고, 귀차니즘으로 무장한 나지만,

여행만큼은 하루하루, 시간시간마다 치밀하게 계획하고,

그중에서도 숙소만큼은 누구보다 까다롭게 고르고 찾아낸다.


남프랑스 여름휴가 기간동안 정말 다양한 숙소에서 묵었고,

여러 에어비앤비에서 다양한 프랑스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을 맛보았는데

그중 가장 취향저격인 에어비앤비를 소개하고 싶다.


이름도 참 예쁜 Puimoisson(쀠무아쏭)이란 마을의

마리(Marie), 피에르(Pierre) 부부의 집이다.


이번 남프랑스 여행은 니스에서의 4박을 제외하고는

자동차로 곳곳을 누비는 여행이었다.

드라이버는 꽤 고생을 했지만, 가고 싶은 곳을 제약 없이 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선택할 수 있었던 숙소였다.


자동차 여행 시 강력 추천 코스인 베르동 협곡을 지나

보랏빛 향연의 라벤더 필드를 가는 길에

쉬어가는 곳을 찾다가 발견한 그곳, Puimoisson.



마리, 피에르 부부의 사진을 빌려왔다.

정말 작은 마을이지만 아름다웠고, 고고했고, Puimoisson 만의 색깔이 분명했다.



하지만 더 분명했고 더 취향을 저격했던 것은 마리, 피에르 부부의 집이었다.

내비게이션에 정확한 주소도 뜨지 않아 Map 애플리케이션으로 거리뷰를 찾아보며 어렵게 어렵게 찾아간 곳.

마을 전경 사진에서 보이는 모습이 아닌, 뒷모습은 꽤나 허름했고, 허전했고, 스산했다.




하지만 집 안은 정 반대였다.

우리가 사용할 공간인 2층으로 좁은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데

벽에 걸린 그림과, 곳곳에 놓인 앤틱 테이블과 소품들이

영화 속에서 보았던 오래된 저택 같았다.


2층에 올라가자 공간은 꽤나 넓었고,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에

부부의 취향과 오랜 세월이 담긴 고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그곳에서 있었던 시간 내내 고가구와 소품들을 구경하느라 시간이 참 빨리 갔다.


넓은 원형 테이블에 작은 가방과 짐을 정리해두고

큰 방 두 개에 각기 다른 디자인의 두 침대에 누워봤다.


큰 서랍장, 작은 서랍장마다 보관된 물건들을 관찰했고

책장에 놓인 작은 장식품과 부부의 가족사진을 구경했다.


불어라 읽을 수 없었지만 가끔 적혀있는 영어 제목으로

책장을 가득 채운 책들의 내용을 유추해보기도 했다.



방 한쪽에는 커다란 트래블 케이스 위에 가지런히 자리한 찻잔과 차들,

조금은 어울리지 않았지만 게스트를 배려한 커피 팟이 놓여 있었다.

옆에 자리한 흔들의자에 앉아 마셨던 따뜻한 차 한잔의 향과 온도와 색과 맛이 지금도 생각난다.



무엇보다 이 숙소를 선택하게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테라스에서 감상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View 였다.                                                                                      


넓은 방들 만큼이 넓었던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은

한국에서, 특히 도시에서 찾기 힘든 정말 드넓은 평원이었고

짙은 녹색과 못지않게 짙은 연두색,

끝이 없는 하늘색과 빈 곳 없이 꼼꼼히 채워주는 따뜻한 하얀색이 있었다.


그렇게나 넓었지만 그렇게나 포근했다.

아침 내내 이곳에서 선크림도 잊고 하염없이 풍경을 바라보았다.



테라스에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 쀠무아쏭의 작고 고요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까운 곳에 종탑이 있었고 30분마다 종이 울렸다.

그 모습이 고요하고 참 예뻐서 영상으로 담아왔다.

마음에 드는 영상은 이미 찍었지만, 울리는 종소리를 몇 번이나 더 들었는지 모른다.

그만큼 오래오래 차근차근 내 기억에도 담았다.



실은, 잠이 많은 우리를 늦지 않게 깨워준 건 마리의 아침식사였다.

마리는 전날 약속했던 시간에 정성이 가득 담긴 아침을 가져다주었다.

마리는 그렇게 대접하는 걸 참 좋아하는 듯했다.

공간을 공유하고 식사를 제공하는데 그녀는 꽤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야식이 생각나 늦은 시간에 양해를 구하고 아래층 부엌에 내려갔는데,

마침 귀가한 피에르도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을 했고 가족도 살고 있는 터라

프랑스가 제2의 고향 같다고 하니 그들은 더욱 반가워했고

집에 담긴 그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마리 부부는 각각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였다.

그들은 마르세유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은퇴 후 조용하고 따뜻한 곳을 찾아 쀠무아쏭까지 왔다고 한다.

바쁜 도시에 지쳐 이 곳을 찾아왔지만

조용한 마을에 조금은 아쉬움을 느낄 때쯤 자녀들의 권유로 시작한 에어비앤비가

그들의 시골 생활에 꽤나 큰 낙이 된다고 한다.


기억해보니 집안 곳곳을 소개해주던 마리에게서 집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게스트와의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을 느꼈었다.


마리, 피에르 부부는 은퇴 후 시간이 많아졌지만

이 집에 그들의 취향을 담느라 오히려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피에르의 부엌 페인트칠은 2개월째 계속되고 있고

와이너리도 포함된 지하 창고는 손을 데려면 아직 길이 멀었다.

집 앞에 작은 정원은 내려가는 계단만 겨우 보수했고

정글처럼 자라나는 풀들은 아직 어쩌지 못한다.

피에르를 타박하는 듯한 마리의 귀여운 말이었지만

바뀔 모습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피에르를 향한 고마움이 묻어났다.



한국에서 한동안 에어비앤비를 했고

사람을 초대하고 대접하는걸 즐기는터라

마리와 어쩐지 공감되는 점이 많았다.

취향도 성향도.

어쩐지 우리는 닮은 것 같다.





첫날, 집 앞에서 우리를 맞아주었던 아름다운 석양을 공유하고 싶다.

그 고요하지만 깊은 순간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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