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요즘 육아에 관한 프로그램들도 많아지고, 전문가들도 많이 보이면서 애착형성, 애착유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난 이 부분을 그냥 사랑 많이 주면 애착이 안정적으로 잘 형성되겠지~ 했는데 이것도 ‘어떻게’ 사랑을 주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는 걸 우리 아이를 보면서 깨달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섬세하게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 32개월 첫째 공주는 아빠 껌딱지다.
태어나자마자부터 아빠의 육아참여도가 높았는데 특히 잠이 많은 나를 대신해서 남편이 첫수, 막수를 잘 챙겨주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아빠와 더 붙으려고 하는 경향이 애기 때부터 있었다.
그리고 아빠는 아이를 단 한 번도 무섭게 혼낸다거나, 아이에게 짜증 내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힘든 내색을 한 적이 없다. 아이의 일이라면 뭐든 마음 넓게 받아들이고 늘 평온하게 웃어주는 아빠다. 아이가 한 시간 넘게 울고 떼를 써도 본인이 짜증내거나 아이를 혼내는 대신 아이가 이러는 이유가 있고 아이 스스로가 더 힘들 거라며 아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진정시키려고 해주는 그런 아빠. 아이가 어지르고 흙탕물에서 뒹굴어도 제재하지 않고 더 즐겁게 놀아주는 아빠. 컨트롤 0인 아빠.
대신 아빠는 끼니를 제시간에 건강하게 챙겨 먹인다거나, 옷을 단정하게 입혀준다거나, 아이 얼굴에 뭐가 묻거나 했을 때 말끔하게 닦아주고, 앞으로의 계획을 미리 알려주고, 과피로가 오기 전에 시간 체크해서 잠자리에 눕히고 이런 부분이 약하다.
엄마인 나는 남편과는 반대다.
나도 아이에게 짜증을 내거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 거나 이런 건 없다. 대신 아빠보다 훨씬 단호하다.
밥시간이 되면 건강한 끼니를 챙겨 먹이고 간식을 달라고 조르면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달콤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거라며 간식을 허용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어디 간다거나 할 때 꼭 미리 이야기를 해준다. 하물며 내가 잠시 뭐 가지러 2층에 올라갈 때도 “엄마 OO 가지러 잠깐 올라갔다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라고 알려준다. 아이가 늦은 시간까지 놀고 싶어 하는데 이미 과피로라서 더 떼를 쓴다는 걸 안다. 그래서 아이가 놀고 싶다고 해도 이제 잘 시간이라며 딱 정리하고 아이를 눕힌다. 놀이터에서 조금 위험해 보이면 안전하게 노는 법을 가르친다. 난 컨트롤 50 정도인 엄마.
아빠에 비해 안된다고 하는 것들이 많다. 그렇지만 아빠보다 리액션이 훨씬 빠르고 많다. 아빠는 불러도 좀처럼 대답이 없거나 늦고 아이가 무언가를 해도 리액션이 약한 반면 엄마인 나는 온 신경이 아이에게 있어서 아이가 부르면 바로 반응하고 아이가 어디가 불편한지 바로 알아차리며 아이가 놀거나 무언가 잘했을 때도 폭풍 리액션이다.
이런 엄마, 아빠와 함께 자라고 있는 우리 첫째 공주는 확실히 아빠와 함께일 때 더 행복해 보인다. 뭘 해도 받아주는 아빠라 더 잘 징징대기도 한다. 아빠 껌딱지라 여기까지 보면 아이가 아빠에게 더 애착이 있나? 싶다.
그런데 나는 아이가 아빠를 너무 사랑하는 건 당연하지만 애착은 나와 더 잘 형성이 된 결과인 것 같다. 아이가 나를 믿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이런 자신감이 든다. 엄마인 나는 단호하지만 반응이 빠르고 한결같고 미리 예측 가능하게 해 준다. 그리고 애정표현도 스킨십도 아주 많이 잘해준다. 그에 비해 아빠는 컨트롤 제로로 아이를 항상 신나게 해 주지만 말없이 사라진다거나(그래봤자 위층 올라가는 거지만) 스케줄에 변동이 많은 스타일이라 내 생각엔 아이가 이 부분에 불안을 느껴 아빠에게 더 달라붙는 것 같다.
하루는 쇼핑몰 내에 점프하는 기구가 있었다.
트램펄린이 크게 있고 아이 허리춤에 고무로 연결된 벨트를 해서 아이가 점프를 하면 그 벨트에 달린 고무를 양 옆으로 당겨 아이가 더 높이 점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런 기구였는데 울 첫째 공주가 호기심에 해보겠다고 하다가 벨트를 채우니 갑자기 아빠에게 안겨 안 하겠다고.. 아빠가 달래 보지만 벨트 채우던 직원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며 아빠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빠의 SOS로 내가 들어가서 첫째 공주에게 안전하게 하려고 벨트를 하는 거고 여기서 점프하면 엄청 재미있다고 이야기해 주고 우리 한 번 해볼까? 했더니 비장한 표정으로 바뀌면서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그 앞에서 점프! 점프! 를 외치며 같이 뛰는 시늉도 하고 박자도 맞춰주고 했더니 조심스레 시도해 보더니 나중엔 신나게 뛰는 게 아니겠는가.
나는 그때 우리 첫째 공주가 엄마를 신뢰하는 그 눈빛을 읽었다. 그리고 그 눈빛이 나를 너무 기분 좋게 해 주었다. 아빠에게서 안정을 찾지만 엄마를 믿고 도전하는 딸을 보고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뒤엉켰다.
어쩌면 아이는 엄마인 나에게 더 안정감을 느끼는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 날 했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의 말로는 주양육자와 애착이 강하게 형성이 된 경우 다른 양육자와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고 느껴져서 더 달라붙어 애정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거다. 왜인지 이 말이 꼭 우리 케이스 같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아빠껌딱지인 딸이 엄마에게 보내는 신뢰의 눈빛에 내 육아도 나쁘지 않구나 하고 자신감을 보태주었다.
엄마가 언제나 든든하게 있어줄 거야!
육아는 참으로 복잡하고 어렵다.